[씨네21 리뷰]
<해피 어게인> 다시 행복해지기 위한 네 남녀의 도움닫기
2018-03-28
글 : 장영엽 (편집장)

“여기서 더는 못 살겠어.” <해피 어게인>은 오픈카를 타고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부자(父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들이 삶의 터전을 떠난 까닭은 아내이자 엄마, 지니의 죽음 때문이다. LA에서 사립학교의 수학교사로, 그 학교의 학생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아버지 빌(J. K. 시먼스)과 아들 웨스(조시 위긴스)는 지니가 없는 일상을 받아들이려 애쓴다. 그러던 중 빌은 같은 학교의 프랑스어 선생인 카린(줄리 델피)과 가까워지고, 웨스에게도 프랑스어 파트너 레이시(오데야 러시)가 생기지만 갑자기 찾아온 좋은 인연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건 빌과 웨스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해피 어게인>은 모든 게 괜찮은 척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는 상실감 때문에, 누군가는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로 인해 힘들어하지만 이들이 선뜻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지 않는 건 결국 스스로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데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영화는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다시 행복해지기 위한 네 남녀의 도움닫기를 그들의 일상을 통해 잔잔히 그려낸다. 극적인 사건 없이 누구나 한번쯤은 느낄 법한 마음의 행로를 차분하게 좇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해피 어게인>의 각본을 9년간 집필했다는 커트 보엘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마음의 고통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그 고통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있다면 세상은 더 살 만한 곳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위플래쉬>의 카리스마 넘치는 플레처 선생으로 배우 J. K. 시먼스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상실감에 젖어 무기력한 남자로 분한 그의 변화가 놀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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