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 우리는 신체적, 정신적 안전이 보장된 환경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
2018-04-11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미투(#MeToo) 피해자보호법과 영화계 미투 방지법 발의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미투(#MeToo) 운동’ 이전에 ‘ㅇㅇ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가 있었다. 해시태그는 문단, 영화계 등 각 분야에서 벌어진 성폭력을 해시태그를 달고 ‘ㅇㅇ계 _내_성폭력’이라는 이름을 붙여 자신이 겪은 성폭력을 고발한 운동이었다. 이 운동이 일어났던 지난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동구갑·행정안전위원회)은 미디어 내 성평등을 위한 연속토론회 ‘#STOP_연예계_내_성폭력 #GO_미디어_내_성평등’을 4월 19일과 5월 30일에 각각 열었었다. 진 의원은 토론회에서 나온, 영화계 성폭력 문제 예방의 필요성,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책 등을 바탕으로 미투 운동이 한창이었던 지난 3월 8일과 3월 23일, 미투 피해자보호법과 영화계 미투 방지법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미투 피해자보호법은 피해 여성과 그의 법정 대리인을 가해자의 고소로부터 보호한다는 내용의 법안이고, 영화계 미투 방지법은 영화 근로자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이나 부당노동행위 강요 등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다(법안의 자세한 내용은 56쪽 박스 기사 참조할 것). 두 법안은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줄기차게 제기돼왔다. 인권 변호사 시절부터 환경, 생태, 여성, 소수자, 군 인권 등 여러 문제에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보여왔고, 최근 <씨네21>의 미투 보도(이현주·조근현 감독, 김영빈 전 부천국제영화제 위원장, 제작자 안동규)와 함께하고 있는 진선미 의원을 만나 법안을 발의하게 된 계기와 최근의 미투 운동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의원실이 두 차례 주최한 토론회가 최근 발의한 두 법안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미투 운동에 관심을 가지면서 성폭력 문제를 고민하고 이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건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기억할지 모르지만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 2016년, 2017년 ‘해시태그(#) 운동’ 등 성폭력을 고발하는 용기 있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그 운동 덕분에 문화계 전반에 있던 여성 차별과 성폭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토론회를 열게 된 것도 해시태그 운동에서 드러난 영화계와 방송계의 여성 차별 문화와 성폭력 실태를 시민, 영화인들과 함께 고민하고, 고발하며,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올해 다시 일어난 미투 운동을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마음이 아팠다. 연예계 파장이 컸던 게, 사람들이 배우에게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만족해하고, 행복해했는데 그게 산산조각이 나면서 실망감이 무척 컸던 것 같다. 나 또한 호감으로 지켜보던 사람들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당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마음이 아팠다. 가까웠던 사람들이 가해자로 지목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도 어떤 면에서 방관자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변호사 시절 변호했던 성폭력 사건들이 떠올랐고, 의뢰인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내 무능함 때문에 실패했던 경험들이 생각나면서 마음이 아팠고 너무 고통스러웠다.

-인권 변호사 시절부터 오랫동안 성폭력, 여성 차별 문제에 신경써왔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었나.

=여성이기에 언제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까. 오빠만 넷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여중·여고를 나왔지만 여성에 친화적이지 않은 법대에서 생활했고, 영화계나 문학계 못지않게 여성에게 차별적인 법조계에서 활동해온 탓에 성폭력인가 아닌가 하는 경계에 항상 노출돼 있었다. 출퇴근길 지하철은 정말 콩나물도 이런 콩나물이 없잖나. 나갈 수도, 움직일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공간에서 내 몸을 만진 가해자의 손을 붙잡았던 고통스러운 순간을 겪은 적도 있고, 길을 걷다가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어떤 손이 갑자기 내 몸을 슥 만지고 지나간 일도 겪었다. 피해자로서 생존방식일 수도 있고, 스스로 합리화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여성이 확률적으로 일상에서 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공인으로 참석하는 자리에서조차 이런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재판정 같은 엄중한 자리에서도 내 이름을 악의적으로 쓰는 걸 겪으면서 내가 남자였다면 그런 말들을 했을까 싶었다. 성폭력 문제에 익숙지 않은 남자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시키고, 성폭력 가해자를 축출해 피해자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현장 특수성이 고려된 미투 관련법

-지난 3월 23일 발의한 영화계 미투 방지법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근로자의 근로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거나 관계 기관 등에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주도록 규정한 것이 눈에 띈다.

=영화계의 가장 큰 문제가, 책임지는 사람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없다는 거다. 그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했던 이윤정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었는데 인상적이었다. 현장에 감독이 존재하지만 각각의 팀들은 일반 회사처럼 구성된 게 아니라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한데 모였다가 촬영이 끝나면 뿔뿔이 흩어지는 프리랜서들이다. 영화산업이 사회 다른 업계와의 차이다. 토론회를 통해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고발할 수 있는 공적 기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침묵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피해자가 ‘말한 것’이 아니라 ‘물어봐서 답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영진위 관계자 또한 성폭력뿐만 아니라 임금 착취 등 영화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를 접수받고 있지만 아무래도 자료 제출을 직접 요구하거나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보니 조사가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애로사항을 말했었다. 양쪽의 의견을 종합해 영화계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인 영진위와 그 상급기관인 문체부가 직접 영화계 내 불공정 행위를 선제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영화 촬영 전 성폭력 예방 교육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한 의무사항도 의미가 있다.

=법안에서 크게 주목받지 않은 부분인데, 영진위 업무 내용으로 추가된 ‘촬영 전 성폭력 예방 교육’과 ‘양성평등과 인권존중 의식 확산’도 매우 중요하다. 영화 촬영현장은 서열 중시 문화, 그러니까 군대 문화가 많이 남아 있어 책임자인 프로듀서나 키 스탭들의 인격이 현장 분위기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다. 그들의 인격을 수양시키는 것도 성폭력 예방의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이 법안은 특히 영진위가 지원하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에도 힘이 되지 않을까.

=든든뿐만 아니라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께도 많은 힘이 되길 바란다. 법안 내용을 설명하면 미투 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나왔어야 더 도움이 될 수 있었는데 늦은 건 아닌지 살짝 미안한 마음도 있다. 자세한 설명을 드리자면 원래 이 법안은 지난해 4, 5월 연달아 열린 토론회가 끝나고 8월에 초안이 완성된 상태였다. 그런데 토론회에서 익명으로 다뤄졌던 배우 조덕제, 김기덕 감독 등의 사례가 실명으로 공개되고 재판이 진행되면서 최소한의 존중 차원에서 의도치 않게 조금 더 시간을 가지게 됐다. 또 영진위를 포함한 관계 기관과 소통하면서 현장에 필요한 형식에 맞게 내용을 조금씩 수정하기도 했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만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미투 운동이 시작되고, 해시태그 운동 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성폭력 사례들이 드러나는 걸 보면서 법안 발의를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더불어민주당에서도 4월 임시국회에서 140건에 달하는 미투 관련 법안들을 집중 통과시키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늦었지만 지금이나마 발의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날 같이 발의한 예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예술인의 권리에 인간의 존엄성 및 신체적, 정신적 안전이 보장된 환경에서 예술 활동을 할 권리를 명시하고, 불공정 행위에 계약과 다른 조건 및 활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추가했다. 지극히 당연한 권리인데 그동안 예술인복지법에 이 내용이 없었다는 게 놀라웠다.

=토론회가 끝난 뒤 의원실이 낸 토론회 자료집을 보면 ‘여성 예술인에게 안전한 일터를 얻을 권리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 말이 와닿았다. 예술인복지법이 너무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고, 만들어질 때 입법 포인트는 ‘복지’에 있었다. 실제 현장 분위기나 현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을 미처 생각하고 대비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윤리적으로 당연하지만 법률상으로는 명확히 존재하지 않았던 예술인의 권리를 명시해 앞으로 예술인들이 부당한 대우와 싸우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현실적으로는 영화 근로자들이 합의되지 않은 성적·폭력적 연출, 연기에 시달리는 이유 중 하나가 계약서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한 조항이기도 하다. 이런 법을 통해 예술인들이 계약서를 썼다면 그 권리를 확실히 보호받을 수 있게 하고, 현장 상황상 특정 부분에 대한 계약서를 못 썼다면 인간의 존엄성과 안전이 보장된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의도했다.

용기 낸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미투 피해자보호법

-영화계 미투 방지법에 앞서 지난 3월 8일에 발의한 미투 피해자보호법 내용도 무척 중요하다. 그간 가해자의 고소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데 주저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1999년 변호사 생활을 처음 시작했는데, 그때도 재판에 들어가는 변호사 중에서 여성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성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호주제 위헌 소송(진선미 의원은 1999년 호주제 위헌 소송에 투입되고 2005년 호주제 위헌 판결이 났고, 법안이 개정돼 2008년 개인별 신분등록제가 만들어졌다.-편집자)같은 여성 문제와 관련된 사건들을 많이 맡았다. 당시 이런 문제가 생기면 피해자 여성의 집안에서는 ‘집안 망신’이라고 여겼다. 이처럼 여성들이 자신의 피해를 고발하는 행위를 제어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무고는 억울하게 당한 일들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여성들이 실제로 겪었던 일들을 폭로해도 가해자에 대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어 피해자의 고백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실제로 피해자가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할 경우 기나긴 시간 동안 재판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사실을 반복적으로 진술해야 해 2차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제는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대가 됐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처벌 대상에서 피해자와 그 법정 대리인을 제외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피해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주변 사람, 특히 남성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피해자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까.

=이게 참 어려운데, 일단 말을 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성폭력 문제는 여성과 남성이 싸우는 문제가 아닌데도 이슈만 불거지면 남녀 문제로 몰아간다. 이건 왜곡된 과정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호주제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퍼즐 이론이라고, 문제를 해결하다가 어느 단계에서 도저히 안 풀리는 순간이 있다. 그때 정말 작은 퍼즐이 와서 붙으면 그림이 갑자기 펼쳐진다. 이 문제에서 그 작은 퍼즐이 뭐냐면, 남성 조력자들이 호주제를 남녀 문제가 아니고, 내 여동생, 여자친구, 엄마, 할머니, 그러니까 내 문제라고 생각할 때 호주제 폐지 운동이 힘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미투 운동도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여성 문제로 인식되다가 지금은 연대하는 움직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건 과도기로, 당연히 그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미투 운동이 일어났을 때 남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성폭력이 불거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지 말자고 생각하는 것이 그 과정 속의 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남성들은 자신이 조력자가 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미투를 잘나가는 남자를 끌어내리는 게 아니라 내 문제라고 생각하면 거부감이 안 든다.

고 장자연 사건, 지금은 열어서 조사해야 할 때

-미투를 남녀 개인간의 사생활 문제로 단정해 물타기하는 남자(가해자)들이 여전히 많은데.

=미투 운동이 일어났을 때 내 주변 남성들의 경우 자신이 한 행동을 반성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하더라. 이게 변화하는 과정인 것 같다. ‘미투는 나와 상관없어’라고 하면서도 여자들을 불러 술을 마시지 않고, 그 자리조차 만들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본다. 남성들이 미투 운동을 남의 문제가 아닌 내 문제라고 생각하고, 조력자가 되어주면 미투 운동은 계속 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어떤 면에서는 의원님이 폐지 운동에 앞장섰던 호주제 문제가 미투 운동과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 같다.

=변호사 시절, 상대방 변호사도, 법정 안도 전부 남자들이었다. 의뢰인이 나와 상담하고 난 뒤 “네, 잘 들었습니다” 하고 남자 변호사 사무실로 가서는 “변호사를 어떻게 바꾸면 안 되겠냐”고 얘기하더라. (웃음) 아무리 봐도 내가 나이도 어려보이고, 상대와 세게 싸워야 하는데 변론을 제대로 해줄 수 없어 보인다는 거다. 나를 법조인이 아닌 여성으로 봤으니 얼마나 서럽겠나. 나중에 내 변론을 보고선 나에 대한 의심이 누그러졌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느 시기가 지나자 사람들이 내 사무실에 몰려와 “의원님은 여성이어서 제 사건을 꼼꼼하게 잘 변론해주실 것 같다”고 변론을 부탁해왔다. 처음에는 내 실력이 소문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여성 총리 한명숙,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효숙, 대법원 대법관 김영란, 법무부 장관 강금실이 임명됐고, 이들이 매체에 자주 노출되면서 변호사로서 나의 ‘여성’이 장점으로 바뀌게 된거다. 이처럼 여성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여성 문제는 한번도 멈춘 적이 없다. 과거 이혼사건을 맡은 적이 있다. 참을 만큼 참다가 이혼을 결정하는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죽을 만큼 참고 살았다. 참다참다 이혼을 결정한 여성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람이 누군지 아나? 친정 식구다, 언니, 오빠, 부모가 ‘조금만 참고 살면 되는데 왜 집안 망신을 시키냐’는 거다. 이게 호주제와 영향이 없을 것 같나, 있다. 가문, 핏줄, 집안이라는 게 실체가 없는 건데 집안을 어떻게 망신시킬 수 있나. 그래서 차별금지법이야말로 미투 운동, 여성 차별같은 문제를 해결해주리라 본다.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걸 사회적으로 못하게 하는 것이 머릿속에 있어야 그런 행동들을 안하지.

-일각에서 미투 운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움직임이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지금은 모든 게 혼재돼 있는 까닭에 미투 운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움직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어떤 면에서 건강한 논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남성들은 지금 상황을 두고 억울하다고 말하지만, 여성들은 오랜 세월 제대로 된 기회를 얻지도 못하고 일상적인 차별을 겪으며 수십년을 살아오지 않았나.

-두 법안 발의는 성폭력 문제를 구조적으로 예방하고(영화계 미투 방지법)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안(미투 피해자보호법)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간담회나 토론회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현장에 피해자들이 많고, 이런 문제들에 대한 민원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토론회 같은 자리를 마련해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 해결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법안을 발의한 뒤 영화계의 반응은 어떤 것 같나.

=조용한 것 같다. (웃음) 농담이고, 일단은 산업에 필요한 법안이라고 평가를 해주고 있다.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고 장자연 사건을 재수사 여부가 4월 2일 최종 결정되는데, 재조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나(고 장자연 사건은 2009년 장자연씨가 연예산업 내의 폭력적인 관행을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났지만 해당 사건을 포함해 여성 연예인들이 겪고 있는 인권침해적인 현실은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월 2일 검찰 과거사 위원회는 장자연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결정했고, 수사 절차가 시작됐다.-편집자).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는가, 아닌가와 무관하게 조사해야 될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그러면 조사를 해야지. 사건을 열었다 다시 닫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은 열어야 할 때라고 본다.

-재조사에서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까.

=초선이었던 2012년,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원장 원세훈)이 정치를 사찰하고 댓글 공작을 펼쳤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지 않았나. 그때는 진실이 밝혀지지 못하다가 결국은 다 사실로 밝혀졌다. 우리가 초감시사회에서 살면서 겪고 있는 비극인데 진실은 언젠가 다 밝혀진다.

-앞으로 <씨네21>과 함께 미투 운동을 계속 이어나갈 건가.

=물론이다. (웃음)

진선미 의원이 발의한 영화계 미투 방지법과 미투 피해자보호법은?

영화계 미투 방지법은 크게 두 가지 배경에서 나왔다. 하나는 영화계 내에서 현장의 관행 또는 우월적 지위나 권한을 이유로 영화 근로자에게 계약상 합의되지 않은 연출이나 근로를 강요하거나 성적인 연출을 강요하는 성희롱·성폭력을 가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고, 개인 프리랜서가 많은 업계의 특성상 피해를 입어도 사건이 쉽게 은폐될 수 있어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는 구조다. 또 하나는 문체부와 영진위는 영화 근로자들의 근로환경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거나 관계 기관 등에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영화산업 내 근로환경 실태와 현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 행위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현실이다. 그래서 이 법안에 따르면, 문체부와 영진위가 영화 근로자의 근로환경 개선·불공정 행위 조사 등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영화 촬영 전 성폭력 예방 교육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미투 피해자보호법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처벌 대상에서 피해자와 그의 법정대리인을 제외해 가해자들의 고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사실에 관한 경우, 성폭력범죄 피해사실에 관한 경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피해사실에 관한 경우를 제외해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사실을 더 많이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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