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슬랙 베이: 바닷가 마을의 비밀> 1910년의 여름, 미스터리한 실종사건
2018-04-11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1910년의 여름, 휴가철을 맞아 슬랙 베이를 방문한 여행객들이 연달아 실종되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한다. 외모부터 유별난 경감 마생(디디에 데프레)과 조수 말포이(시릴 리고)가 사건에 투입되어 고군분투하지만 수색에는 전혀 진척이 없다. 그러던 중 가난한 뷰포트가의 장남인 마루트(브랜든 라비에빌)와 부유한 귀족 가문 페테겜의 빌리(라프)가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아이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떠나자 가족들은 요란하게 수선을 떠는데, 특히 휴가를 맞아 별장을 방문한 오드(줄리엣 비노쉬)의 빌리에 대한 집착은 놀라울 정도다.

<29팜스>(2003)나 <플랑드르>(2006)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다소 의외이겠지만, 브루노 뒤몽의 신작 <슬랙 베이: 바닷가 마을의 비밀>의 장르는 코미디물이다. 물론 일반적인 양식의 희극은 아니다. 감독 스스로 소개하듯 영화는 막스 랭데풍의 부르주아 양식을 차용했으며, 로럴과 하디풍의 형이하학적 신체 코미디 역시 사용하고 있다. 영화 초반부에 나열되는 ‘하락하는 신체’의 이미지는 후반부의 ‘상승하는 신체’와 서로 모순되는데, 이처럼 추락과 부양의 상반된 이미지를 통해 영화는 스스로 나열하는 극단적 상황들을 해체시킨다. 프랑스 북부의 아름다운 배경을 바탕으로 피 튀기는 끔찍한 일상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뒤몽 특유의 자연주의적 화풍을 느낄 수 있다. 2016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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