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7일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영국 매체 <데이즈드>와의 인터뷰에서 <아키라> 실사화에 대해 언급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많은 이들이 애니메이션 <아키라>를 리메이크하지 않기를 원한다. 나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만화를 기반으로 각색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아키라>는 오토모 가츠히로가 1982년부터 1990년까지 연재한 SF 사이버 펑크 만화다. 만화의 성공으로 1988년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제작됐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모두 높은 연출력과 정교한 작화로 동·서양 모두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재패니메이션 명작으로 <공각기동대>와 함께 빠지지 않고 꼽히는 작품이 됐다. <매트릭스>, <터미네이터 2> 등의 작품들이 영향을 받았을 정도로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도 <아키라> 속 바이크가 레퍼런스로 등장했다.
워낙 많은 팬덤을 보유한 작품이므로 <아키라>의 실사화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소문들이 즐비했다. 처음 <아키라>의 실사화가 거론된 것은 2002년이다. 워너브러더스는 <아키라>의 판권을 사들이고 실사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여러 버전의 시나리오가 탄생했지만 모두 실제 제작에 성공하지 못했다.
수많은 감독들이 거론되다 지난 2015년 워너브러더스는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연출을 제안했다. 이후 “워너브러더스 배급,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 2017년 7월에 개봉한다”라는 발표가 나와 크리스토퍼 놀란의 <아키라> 연출설이 화두에 올랐다. 그러나 그 작품은 <덩케르트>로 알려졌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아키라> 연출은 소문에 불과했던 것으로 일축됐다. 이후 <겟 아웃>의 조던 필레 감독이 물망에 올랐으나 “원작을 뛰어넘을 수 없다”며 연출을 거절했다. 2016년에는 <스타트렉 비욘드>의 저스틴 린이 감독에 확정됐다는 소문도 돌았다.
마지막으로 2017년 3월 <토르: 라그나로크>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물망에 올랐다. 이후 그는 2017년 10월 <토르: 라그나로크>의 레드 카펫 현장에서 직접 <아키라>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젊고 유망한 일본 배우들을 캐스팅할 것이며, 원작에 가깝게 재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닥터 스트레인지>,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등으로 논란이 된 ‘화이트 워싱’(원작 캐릭터의 인종을 무시한 채 백인을 캐스팅하는 것)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4월7일, 그는 또다시 <아키라>를 언급했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최근 1년 사이 두 번이나 <아키라> 실사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키라>의 연출 방향에 대해 배급사가 아닌 감독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도 타이카 와이티티가 처음이다. 이로써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키라> 실사판의 감독은 타이카 와이티티로 굳어지는 듯하다.
워낙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으며 수작으로 언급되는 작품이기에 워너브러더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모두 실사화에 매우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이 아닌 원작 만화 기반, 원작 캐릭터의 인종을 고려한 캐스팅 등 원작 팬들의 반응을 매우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 무려 16년이란 시간 동안 제작을 시도했던 <아키라>. 긴 시간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실사화 작품이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한편 개봉을 앞둔 일본 애니메이션·만화 실사화 영화로는, 국내에는 김지운 감독의 <인랑>(원작,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제작진의 일본 애니메이션 <인랑>), 할리우드에는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알리타: 배틀 엔젤>(원작, 키시로 유키토의 만화 <총몽>)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