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가 함께한 드라마들을 되짚어보면 전작에서 해결되지 않은 숙제를 다시 풀어나가는 흐름이 보인다. JTBC <아내의 자격>에서 김태오(이성재)의 전 부인 홍지선(이태란)은 입시비리에 연루되어 감옥에 가지만 풀려나도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었다. <밀회>는 홍지선과 유사한 인간이었던 오혜원(김희애)이 과오를 바로잡고자 감옥에 간다. SBS <풍문으로 들었소>는 <아내의 자격>에서 ‘슈퍼 갑’이었던 법조계 혈맥과 <밀회>의 재벌가를 ‘을의 반란’으로 풍자했다. 숙제는 아직 남아 있었다. <아내의 자격> 마지막 회, 윤서래(김희애)의 전남편인 방송사 기자 한상진(장현성)은 직장 내 성추행이 문제가 되어 퇴사한다. 회사의 여성노동자모임은 그가 자의로 회사를 그만두는 좋은 그림을 만들어준 사측에 항의하고 한상진을 형사고발했다. 7년 전엔 그걸로 후련했는데 지금은 성추행 피해자인 분장사가 인사 벽보 앞에서 굳은 얼굴로 한숨을 쉬는 게 보인다. 일터는 방송사에서 커피회사로 바뀌었지만 회식 중 성희롱은 거의 유사한 구도로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이어진다. 작가가 달라졌어도 연출자의 전작들과 연결되어 있고, 때문에 더 까다로운 기준을 두게 된다. 저 한숨에 진지하게 응하려면 직장 내 성추행을 내부 징계절차 없이 봉합하던 조직까지 건드려야 한다. 윤진아(손예진)는 가맹점주 접대 자리에 동석하라는 상사에게 ‘탬버린’ 역할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참이다. 조직이 방관하고 묵인하면 또 다른 윤진아가 탬버린을 떠안고 흔들게 될 수밖에 없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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