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판타스틱 우먼> 트랜스젠더를 향한 세상의 편견
2018-04-18
글 : 임수연

마리나(다니엘라 베가)는 노래하는 트랜스젠더다. 그와 동거하던 남자친구 올란도(프란시스코 리예스)가 갑작스럽게 동맥류 증상으로 죽음을 맞이해 당황스럽다. 하지만 올란도가 사망하기 직전 함께 있었던 사람이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모두가 마리나를 범죄자 취급하며 모욕한다. 의사는 그를 부를 때 남자를 지칭하는 대명사를 쓰고 마리나가 여자 이름을 대자 별명이냐고 대꾸한다. 마리나의 이름조차 제대로 불러주지 않는 올란도의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계단에서 구르며 몸에 생긴 상처마저 그의 탓으로 돌리려고 한다. 마리나의 처지를 동정하며 격려하는 사람은 다른 방식의 차별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마리나가 애인이 죽었다는 사실에 온전히 슬퍼하기 위해서는 트랜스젠더를 향한 세상의 편견을 먼저 버텨내야 한다.

영화는 올란도의 얼굴에서 시작되지만, 긴 도입부가 지난 후 극의 진짜 주인공이 올란도가 아닌 마리나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배치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마리나는 2.35:1의 넓은 화면 속에서 항상 중심에 꼿꼿하게 서 있다. 거울에 마리나의 얼굴을 반사시켜 타인과 함께 프레임에 담아내거나 화면의 질감을 다양하게 바꾸는 방식은 세상이 마리나를 보는 시선 혹은 마리나 스스로 혼란스러워하는 정체성을 은유하고 있다. 이처럼 <판타스틱 우먼>은 마리나가 받는 차별적인 시선을 다층적으로 보여주면서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차가운 분위기를 집중력 있게 이어나갔다.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마리나가 결국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 주는 울림이 상당하다. 실제 트랜스젠더이자 오페라 가수로 마리나의 분투를 흡인력 있게 표현해낸 다니엘라 베가의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글로리아>(2013)를 연출한 세바스티안 렐리오 감독의 신작이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과 퀴어영화에 주어지는 테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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