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눈꺼풀> 죽은 자들이 마지막으로 들른다는 섬, 미륵도
2018-04-18
글 : 박지훈 (영화평론가)

죽은 자들이 마지막으로 들른다는 섬, 미륵도에 떡을 찧는 노인이 살고 있다. 노인은 정성스레 지은 떡으로 망자의 마지막을 위로한다. 그러던 어느 날, 쥐 한 마리가 나타나 노인이 듣던 유일한 매체인 라디오를 망가트린다. 화가 난 노인은 쥐를 잡으려다 절구를 부수게 된다. 한편 바다에 커다란 폭풍이 친 뒤, 선생님과 학생들이 미륵도에 찾아온다.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를 연출한 오멸 감독의 작품이다. 2014년 가을에 촬영된 이 영화는 2015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CGV아트하우스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세월호를 다루고 있는데, 이것에 대해 감독은 “뭐든 해야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영화는 영화의 책무에 대한 고뇌의 결과다. 영화예술이 어떻게 사회와 관계 맺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단순한 언어로 풀어내지 않는다. 그래서 대사는 적고 인물은 자주 정물이 된다. 이 인물들에게서 너무도 단단하게 굳어진 슬픔과 분노가 발견된다. 그리고 관객은 언어가 사라져버린 공간 속에서 스스로 비극을 상기하게 된다. 또한 지난 4년 동안 눈을 감은 적은 없었는지, 지금 우리는 희생자들에게 떡을 지어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를 다시 한번 반성하게 된다. 수많은 상징들로 구성된 이 영화는 진혼곡이라기보다는 기억을 위한 안간힘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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