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곤지암> 윤종호 촬영감독 - 모험적 촬영이 성공하기까지
2018-04-19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카메라를 들지 않는 촬영감독. 현장에 있지만 현장에 없는 촬영감독. <곤지암>에서 윤종호 촬영감독이 유령처럼 떠돌아다녔다는 얘기는 아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문법을 차용한 공포영화 <곤지암>은 유튜브 채널 ‘호러 타임즈’ 운영자와 공포체험단이 섬뜩한 괴담의 진원지인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공포체험을 떠나는 과정을 생중계한다. 온라인 생중계라는 컨셉이 중요한 작품이라 영화 촬영 역시 ‘실시간’과 ‘1인칭’ 효과를 살리는 방식을 택했다. 그건 배우들이 직접 촬영을 하는 거였다. 배우들은 페이스캠과 보디캠을 부착하고 혹은 캠코더를 들고 미리 상의된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연기도 하고 촬영도 했다. “처음엔 모든 촬영을 배우들에게 맡긴다는 데 선뜻 동의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촬영을 해보니 오히려 앵글이 자유로워지고 배우들도 더 자유롭게 놀면서 연기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영화 현장에서 촬영감독이 소화하는 역할과 <곤지암>에서 촬영감독이 소화하는 역할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보통은 감독님 옆에서 모니터를 확인하는 일이 없는데 이번엔 현장에서의 주요 업무가 모니터 확인이었다. 여러 대의 아이패드로 배우들이 찍은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했다.” 촬영 전문가들이 찍은 영상도 아니고, 고프로, 캠코더, VR, 드론 등 여러 종류, 여러 대수의 카메라가 동시에 사용된 만큼 윤종호 촬영감독은 “방대한 양의 촬영 소스들이 어떻게 편집될지, 영화가 어떻게 완성될지 걱정과 기대가 교차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공포를 ‘체험’하게 만든 새로운 시도의 촬영은 성공적이었다.

윤종호 촬영감독의 장편 데뷔작은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다. <똥파리> 이전엔 <얼굴 없는 미녀> <그때 그사람들> <오래된 정원> 등 김우형 촬영감독의 촬영부로 일했다. 특히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길 위에서>의 촬영 경험을 통해 그는 낯선 대상에게 다가가는 법을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수의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공포영화 <두개의 달>과 스릴러 <석조저택 살인사건>까지 윤종호 감독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빌리 엘리어트> 같은 성장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그는 언젠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성장 드라마가 추가되길 기대하고 있다.

모자와 장갑

“<곤지암> 촬영 당시 계속 쓰고 다닌 모자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창 추울 때 영화를 찍었다. 먼지도 많고, 변덕스러운 날씨를 대면해야 하는 영화 현장에선 모자와 장갑이 필수다. 안경을 벗으면 불편한 것처럼 이젠 모자를 안 쓰면 불안하다.”

2018 <곤지암> 2017 <부라더> B카메라 2017 <석조저택 살인사건> 2016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B카메라 2014 <워킹걸> B카메라 2013 <들개들> 2013 <꼭두각시> 2012 <길 위에서> 2012 <두개의 달> 2012 <모피를 입은 비너스> 2008 <똥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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