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삼손> 신의 예언에 따라 태어난 삼손
2018-04-25
글 : 김소미

<삼손>은 구약성서 사사기에 인류 최초의 영웅으로 등장하는 삼손의 이야기를 성경 속 주요 사건 중심으로 충실히 스케치한다. 기원전 1170년 이스라엘, 블레셋(팔레스타인)인들의 지배를 받던 히브리(이스라엘)인들은 굶주림 속에서 신의 예언에 따라 태어난 삼손(타일러 제임스)의 활약만을 기다린다. 삼손은 민족의 희망과 기대를 한몸에 받지만, 왕의 시녀에 이어 데릴라(케이틀린 리히)에 이르기까지 블레셋 여성들과 차례로 사랑에 빠지면서 타고난 괴력으로도 거부할 수 없는 시련에 휩쓸린다. 블레셋의 왕자 랄라(잭슨 리스본)와 다투는 과정에서 맨손으로 사자를 때려잡고 여우들의 꼬리에 횃불을 묶어 밭에 불을 지르는 등 삼손의 엄청난 힘과 지혜를 묘사한 성경 속 일화들이 영화에 그대로 재현되지만, 미술 세트와 CG 장면에서 드러나는 저예산의 흔적이 끝내 아쉬움을 남긴다. 지금껏 삼손이 주로 거칠고 호전적인 단발의 거인으로 묘사되었던 것과 달리 <삼손>은 허리춤까지 오는 긴 머리를 질끈 묶고 운명의 길 앞에서 외롭게 고뇌하는 그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며 차별을 꾀했다. 한편 안타깝게도 영화가 묘사하는 핍박 속의 이스라엘인은 오늘날 가자지구에 갇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이 현재진행형의 국제 이슈임을 감안하면, <삼손>의 뚜렷한 종교색을 현실과 마냥 분리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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