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살인 소설> 부패 권력을 단죄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반격
2018-04-25
글 : 김소미

<살인 소설>은 어린 시절부터 작가를 꿈꿔온 순태(지현우)와 집권여당의 차기 시장 후보인 경석(오만석)이 제각기 거짓말에 능숙하다는 특징을 이용한다. 경석은 장인인 유력 정치인 염정길(김학철)로부터 비자금을 시골 별장에 숨겨놓으라는 심부름을 받는다. 아버지의 도움으로 소설가로 데뷔한 아내 지은(조은지)과 공공연히 각자의 연애를 지속 중인 그는 애인 지영(이은우)과 별장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관리인을 자처하는 수상쩍은 남자 순태를 만나 번번이 의심스러운 사고에 휘말린다. 적막한 호숫가 별장을 배경으로 택한 <살인 소설>은 얼핏 에드거 앨런 포의 추리소설을 연상케 하는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인물들은 예기치 않게 외딴 공간에 갇히고, 손님들은 때맞춰 도착하며, 시간은 24시간 남짓으로 한정되어 있다. 초겨울의 춥고 혼미한 새벽녘에 이르면 개인적 묘사의 기준을 넘어선 초현실적 소동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액션과 거의 동등한 비중으로 많은 양의 대사가 이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인데, 말들의 향연이 도리어 긴장을 늦추는 지점이 아쉬운 반면 구태의연한 정치인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적 순간들이 쾌감의 타율이 높다. 부패 권력을 단죄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반격이 스토리텔링에 능숙한 소설가의 재능과 맞물려 현실과 허구, 우연과 의도 사이를 대범하게 오간다. 판타스포르투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각본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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