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집을 운영하는 아빠와 함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보내던 중학생 긴(하기와라 리쿠)은 친구 나루미(오가와 사라)로부터 오랫동안 자신을 좋아했다는 고백을 듣고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자기도 나루미를 좋아하는지 확실하지 않은 긴은 실은 누굴 좋아한다는 감정 자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상태다. 또한 긴과 나루미는 서로에게 말하지 못한 집안 사정이 있다. 긴은 어느 날 집으로 찾아온 아버지의 친구와 아버지가 뒤엉켜 있는 모습을 보고는 충격에 빠진다. 술집에서 일하는 나루미의 엄마는 그녀에게 공부를 때려치우고 술집이나 나가라는 폭언과 폭행을 퍼붓는다. 누군가를 그저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아끼고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을 다스릴 줄 모르는 아이들의 상황은, 부모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상황과 겹친다. 영화는 긴과 나루미가 서로의 고통을 잠시 숨긴 채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쿄로 향하는 여정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잠깐의 일탈이 주는 쾌감이나 세상의 부조리함을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이들이 집으로 다시 돌아가 겪게 되는 내면의 공포와 고통을 직시하고자 한다. 거칠고 감상적인 연출로 묘사되지만 그 갑작스러운 날것의 순간, 갑갑한 현실의 정서를 담기 위해 나름의 형식을 유지하려 고민한다. 청소년 시절에 맞닥뜨리게 되는 사랑과 좌절, 방황의 기운을 그대로 보여주는 성장영화 리스트에 한편을 보탰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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