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일리야 스튜어트는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과 전작 <스튜던트> 때부터 함께해왔다. 제작사 하이프필름을 통해 독특한 뮤직비디오, 광고 등을 연출하며 러시아 영화, 영상의 뉴웨이브를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피다.
-빅토르 최 영화를 기획한 계기는.
=빅토르 최는 지금도 러시아인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영웅이다. 키노의 음악은 반항과 저항, 창작의 자유, 변화의 물결에 관해 이야기하는 선구자적인 음악이었다. 영화적으로는 선배 프로듀서들도 빅토르 최나 키노밴드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간 시도만 하고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이번엔 우리 영화와 함께 빅토르 최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기획되고 있는 걸로 안다.
-빅토르 최와 그 주변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어떻게 접근했나.
=아직 그의 주변 인물들이 살아 있어서 그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빅토르 최의 음악이 1980년대 음악이고, 기억 속에 남아 있어서 관객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두었다. 영화에는 9곡의 음악이 나온다. 영화를 흑백으로 촬영한 것도 빛바랜 사진 같은 느낌을 주고자 해서였다.
-그럼에도 극영화적인 스타일에 실제 빅토르 최의 주변 인물들이 출연하는 등 독특한 시도를 하고 있다. 뮤직비디오, 광고 등을 작업해온 제작사(하이프필름)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 같다.
=미술, 의상 등의 프로덕션에 있어 지금 관객이 보기에도 모던하다는 느낌이 들게 디자인했다. 영화의 바깥에 갑자기 등장해서 빅토르 최에 대해서 말해주는 판타지적인 인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빅토르 최의 음반을 그래픽 영상을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빅토르 최의 캐스팅도 중요했다. 한국 배우 유태오를 캐스팅한 것도 모험이었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있는 고골센터 앞에 러시아 전국 각지에서 ‘나를 한번만 봐달라’며 온 배우 지망생들이 항상 있었다. 빅토르 최 역할의 경쟁이 심했다. 빅토르 최가 고려인의 피가 흐르니 한국 사람을 고집했다. 영화에 공연 장면이 많이 등장해 악기를 다룰 수 있는 배우여야 했다. 애초부터 해외에서 찾을 생각을 했고, 전세계에 한국계 배우들을 검토한 끝에 유태오를 발견했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을 중심으로 러시아의 뉴웨이브,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보는 러시아영화들은 사회비판적인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무겁지 않고 흥미로운 영화들을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젊은 스탭들, 영어 각본 등을 통해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세계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영화를 만들어나가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금 러시아의 영화산업은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다. 얼마 전엔 <블록버스터>(2017)라는 대중적인 코믹영화도 만들었는데, 이 역시 그 일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