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영화]
이동건의 <아이언맨3> 심쿵 무비
2018-05-07
글 : 이동건 (웹툰 작가)

감독 셰인 블랙 /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 벤 킹슬리, 돈 치들, 가이 피어스 / 제작연도 2013년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그래서 나를 심쿵하게 한 영화를 하나 꼽으라면 역시 <아이언맨3>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응? 말도 안 된다고? 마블 덕후의 말에 절대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워 워, 잠시 진정하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란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20대 초반이었던 나는 ‘썸’타는 사이인 A에게 힘겹게 저녁 약속을 얻어냈다. 하지만 만나기로 한 날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가도 A는 나타나기는커녕 연락조차 없었다. 이러다가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올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닐까? 시간은 만나기로 한 오후 7시를 지나 5분, 10분이 넘어간다. 그때까지도 내 휴대전화는 울리지 않는다. ‘… 이럴 거면 처음부터 희망조차 주지를 말든지 이게 뭐야?’ 내가 가방을 고쳐 메고 무거운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내 팔을 잡는다. 내 팔을 잡은 사람은 뛰어왔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고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A다. “미안, 많이 기다렸지?” (심쿵!!!!!) 안 올 줄 알고 모든 걸 포기한 순간에 등장해서인지 나는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기분에 사로잡힌다. 순간 눈물까지 핑 돈다.

놀랍게도 나는 이와 똑같은 감정을 <아이언맨3>를 보면서 느꼈다. 영화중반을 넘어가도록 팔을 뎅강뎅강 잘라도 재생해버리는 무시무시한 빌런 킬리언은 날뛰고 있는데 그에 맞설 아이언맨 슈트는 영화 초반에 다 박살이 났으니 영화 보는 나는 애가 탄다. 도저히 승산이 없어 보인다. ‘아… 이제 끝났구나. 아무래도 <어벤져스3>에 아이언맨은 등장 못하겠군 아디오스 토니 스타크’라고 생각하며 남은 팝콘 부스러기를 손으로 모으고 있는데, 저 멀리서 여러 개의 불빛들이 토니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 보인다. 그렇다. 아이언맨들이다. 파괴되어서 이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아이언맨 슈트들이 토니의 숨겨진 창고에서부터 토니의 부름을 받고 날아온 것이다. 먼 길을 날아온 아이언맨들은 마치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미안, 많이 기다렸지? 저것들 이제부터 혼내줄게.” (또 심쿵!!!!) 허 참…. 이게 뭐라고… 이게 뭐라고!! 날 울리는데!!! 결국 내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다. 첫사랑의 달콤한 순간처럼 나를 심쿵하게 만들다 못해 울컥하게 만드는 <아이언맨3>가 심쿵 무비가 아니면 무엇이 심쿵 무비란 말인가? 어떤가? 이래도 <아이언맨3>가 최고의 심쿵 무비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텐가?

이동건 웹툰 작가. <달콤한 인생>을 그렸고 현재 <유미의 세포들>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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