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생일에 영화관 선물 받은 ‘지천명 아이돌’ 설경구
2018-05-09
글 : 심미성 (온라인뉴스2팀 기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특정 영화를 향한 인기는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팬들은 열광하던 영화를 가슴에 묻고 또 다른 영화들을 만나 환호를 보낸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지난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으로 말미암은 불한당 팬덤, 설경구 팬덤의 화력은 여전히 식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른바 ‘불한당원’으로 불리는 이들은 <불한당>을 향한 지지를 넘어, 배우 설경구의 열성적인 팬을 자처하며 그가 내딛는 발걸음마다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1일에는 설경구의 51번째 생일에 영화관을 선물하기까지 했다.

<불한당>을 보지 않아서 이 현상이 의아한 사람들, 데뷔 23년 차로 국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배우 설경구의 역주행 인기가 낯선 사람들에게 이 글이 힌트가 돼줄지 모른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정평 난 연기력, 그리고 <박하사탕>

설경구의 연기에 관해서라면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박하사탕>, <공공의 적>, <오아시스>, <실미도>, <감시자들> 등. 숱한 대표작들로 입증된 연기력, 그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연기파 배우 중 한 명이다. 곡절 많은 삶의 한가운데 놓인 인물을 주로 맡았던 설경구는, 대중영화와 작가영화 사이의 간극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출연한 작품마다 인상적인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공공의 적>

그중에서도 최근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한 <박하사탕>(1999)은 설경구가 꼽는 스스로의 최고작이다. 촬영 당시 버거운 중압감에 괴로워했던 그는 “내게 너무 힘든 영화였지만 내 대표작은 <박하사탕>이고, 앞으로도 <박하사탕>이며, 어떤 영화를 찍든 <박하사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설경구가 존경하는 이창동 감독을 좋아하지 않는 팬들도 꽤 있다. 설경구가 밝힌 촬영 비화에 따르면 <박하사탕>의 명장면 “나 돌아갈래” 열차 신에서 컴퓨터그래픽 없이 실제 달려오는 열차를 마주 보며 포효하는 연기를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한 순간까지도 이창동 감독이 컷 사인을 주지 않아 ‘정말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다고.

<박하사탕> 재개봉 포스터

젠틀맨 혹은 소통왕

한결같이 거친 인생을 살아온 캐릭터를 연기했던 설경구. 의외로 실제 그의 정중하고 젠틀한 포인트에 마음을 뺏긴 팬들이 많다. 설경구는 갑작스럽게 형성된 팬덤에 쑥스러워 하면서도 팬들의 물심양면 애정공세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인다. 팬카페와 DC인사이드 갤러리를 방문해 직접 인증샷과 장문의 감사 인사를 올리는 정성스러운 모습을 보며 팬들은 더더욱 빠져들었다. 팬들에게 언제나 존칭을 사용한다거나, 팬레터를 하나하나 읽는데 시간을 쏟거나, 직접 상영관을 대관해 팬들을 초대하는 등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인기를 감사히 여기는 설경구에 불한당원들은 한번 더 감동한다.

DC인사이드 설경구 마이너 갤러리에 설경구가 직접 남긴 게시글 중 하나.

DC인사이드 설경구 마이너 갤러리에 설경구가 직접 올린 셀카 사진.

구겨진 설경구를 펴놨다?

팬들이 설경구를 지칭하는 애칭은 ‘설구’ 혹은 ‘꾸’. ‘구겨진 꾸’와 ‘펴진 꾸’는 팬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은어다. 이는 <불한당>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표현에서 비롯됐는데, 감독은 전작 <나의 PS 파트너>(2012)에 함께한 배우 지성을 두고 “너무 반듯해서 구겨버리고 싶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인터뷰를 본 설경구가 변성현 감독에게 “나도 구겨버리고 싶냐”고 물었을 때 감독의 답변은 “선배님은 이미 구겨져 있어서 빳빳하게 펴고 싶다”였다.

<오아시스>의 설경구.

그렇게 태어난 캐릭터가 바로 <불한당>의 ‘한재호’다. 포마드를 바른 머리에 단정하게 채운 쓰리피스 수트 차림. 게다가 처절한 로맨스까지 겪는 한재호를 설경구가 연기했다. 평소 꾸미는 것에 관심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도 모두 멋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랬던 그가 <불한당>의 한재호로 변신하며 섹시한 중년의 매력을 어필한 것이다. 처음엔 그도 이 캐릭터를 소화하기 어색해했지만 감독이 원하던 ‘구김을 펴는 일’에 적응하며 점차 한재호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불한당>으로 설경구의 팬이 된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구겨진 설경구도, 펴진 설경구도 멋지다고.

<불한당>의 설경구.

‘설경구관’, 영화관에 네이밍을 달아주다

지난 1일, 설경구는 팬들에게 네이밍관을 선물 받았다. 이름하여 ‘설경구관’이다. ‘DC인사이드 설경구 마이너 갤러리’와 ‘트위터 팬연합-설구나라 국민들’은 5월 1일 설경구의 51번째 생일을 기념해 CGV 왕십리 7관을 ‘설경구관’으로 만들었다. CGV 왕십리 7관은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설경구관’으로 운영되며, 운영 기간 동안 발권될 티켓에는 설경구의 생일을 축하하는 문구가 들어간다. 과연 ‘지천명(知天命) 아이돌’다운 현상이다.

5월 1일부터 15일까지 CGV 왕십리 7관이 ‘설경구관’으로 운영된다.

설경구의 ‘설경구관’ 인증샷.

설경구는 지난해 <살인자의 기억법> 개봉을 앞둔 당시에도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아이돌의 전유물이라는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축하 광고가 게재된 것. 광고 문구에 포함된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는 설경구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2017년 7월 31일부터 한 달간 강남역 지하철에 설경구 대형 광고가 걸렸다.

지속적으로 쏟아지는 팬들의 사랑만큼이나 설경구의 작품 활동도 부지런히 이어졌다.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다음, 올해 개봉 예정인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우상>을 촬영했다. 현재는 <생일>(가제)을 촬영 중이며 이 영화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후 전도연과 17년 만에 재회한다. 설경구와 전도연은 영화에서 사고로 아이를 잃은 아픔을 가진 부부를 연기한다. <생일>(가제)은 이창동 감독 <시>(2010)의 연출부 출신인 이종언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이창동 감독과 인연이 깊은 세 사람이 만나 어떤 시너지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이렇게 올 한해 설경구를 만날 수 있는 영화가 줄지어 대기 중이다. 불한당원들은 2018년도 어김없이 바쁠 예정이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전도연(왼쪽),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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