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다시..올래> 신비의 섬 제주도
2018-05-09
글 : 김소미

골프연습장에서 무심하게 일하는 유정(이채영)은 능글맞은 코치의 잔심부름이 못마땅하다. 무료함 속에서 창백하게 굳어 있던 그의 얼굴에 뜻밖의 표정이 드러나는 순간은 제주도 행군 중이던 동생이 탈영했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다. 곧바로 제주도로 떠난 유정은 군 부대를 거쳐 동생이 처음 사라졌다는 서귀포의 주상절리 해변으로 향한다. 이후 유정이 올레길을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제주도에서 마지막 끈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체로 언젠가 돌아가야만 할 곳에서 환영받지 못하거나 존재감이 없다. 유정에게 동생을 떠올리게 하는 17살 지호(윤준호)는 원치 않게 자꾸만 욕을 하게 되는 틱 장애로 인해 사람들의 원성을 사지만 세심한 유정과는 금세 오해를 풀게 된다. 여기에 이름과 국적을 속인 채 다른 여인에게 쫓기는 중인 에리카(신유주)가 나타나 유정을 혼란스럽게 한다. 주변 사람들에 비하면 의연한 듯 보이지만 사실 유정도 절박한 건 마찬가지다. 영화 속 유정은 군 입대 전 동생이 선물로 남기고 간 호신용 호루라기를 매개 삼아 자신 그리고 타인과의 정신적 교류를 묘사하기 위해 애쓴다. 비명처럼 들리는 호루라기 소리의 환청이 제주도의 신비로운 자연 풍경 위에 겹쳐지는 순간의 기묘함이 오래 남는다. 제주도에서의 ‘힐링영화’ 컨셉이 남용되고 있다는 인상에 더해 저예산 독립영화의 부족한 만듦새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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