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에델과 어니스트> 함께 늙어가는 40여년의 시간
2018-05-09
글 : 이화정

동화책 <눈사람 아저씨>로 잘 알려진 영국의 동화작가 레이먼드 브릭스의 부모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작가의 부모님의 일생을 다룬 동명의 작품이 원작이다. 한동네 사는 하녀 에델(브렌다 블리신)과 우유배달부 어니스트(짐 브로드벤트)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함께 늙어가는 40여년의 시간. 가장 평범한 한 영국 부부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격변의 시대를 거치는 부부의 삶을 지켜보는 과정이 흥미롭다. 레이먼드(루크 트레더웨이)는 자신의 부모에게 바치는 헌사를 통해 곧 영국 역사의 변화를 조명한다.

라디오에는 처칠의 ‘덩케르크 철수작전’ 연설문이 들리고, 부부는 아들 레이먼드를 시골로 대피시킨다. 시간이 흐르며 주연료가 석탄에서 전기로 바뀌고, 기술의 발전 또한 이루어진다. 어니스트가 신문을 보며 “곧 TV가 나온다”고 하면 에델이 “그게 뭐냐”며 묻고 답한다. 또한 노동계급인 부부가 정부를 바라보는 시선도 대화를 통해 전달된다. 격동의 시대를 통과하지만 부부는 묵묵히 자신의 생활태도를 지켜 나간다. 큰 충돌 없이 한평생을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 속에 지금과는 다소 달라진 부모 세대의 가치관도 엿보인다. <에델과 어니스트>는 총 9년의 제작기간을 거쳤다. 1982년 <눈사람 아저씨>를 단편영화로 만든 로저 메인우드가 연출했으며, 원작자가 직접 기획에 참여했다. 원작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맞춤 고안한 ‘TV페인트’ 기법이 따뜻함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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