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자들이 ‘가장 빠르게 신작을 접할 수 있는 창구’라는 칸국제영화제의 강점도 올해부터는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칸국제영화제가 기자들에게 1순위로 경쟁부문 상영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지난 원칙을 변경했다. 올해는 감독, 배우, 제작자 VIP가 초청되는 갈라상영을 기자시사 보다 앞서 진행하거나, 혹은 같은 시간에 상영하게 된다. 즉, 영화 제작팀이 가장 빨리 칸에서 영화를 보게 되는 것이다. 영화제는 이를 두고 영화와 제작팀에 대한 ‘존중’이자 ‘예우’라고 설명한다. 기자들이 먼저 영화를 보고 반응이 부정적일 때 이후 갈라상영에 참석하는 제작팀의 감정이 지극히 안좋은 경우가 다반사였다. 과거 일간지 시스템에서는 기사가 노출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과 달리 최근 들어서는 각 매체 역시 공식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영화 반응을 거의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호평보다 혹평이 많다 보니 영화제 운영진이 이 문제에 대해서 골머리를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베를린국제영화제는 기사 엠바고를 거는 등 달라진 미디어환경에 대처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 방침에 따라 개막식 오전 개막작 기자시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개막작 <에브리바디 노우즈>는 8일 7시15분(현지시간) 칸에서 가장 큰 대극장인 뤼미에르 극장에서 개막식 선포가 끝난 후 갈라상영이 진행되고, 같은 시간 그보다 객석이 적은 드뷔시 극장에서 기자상영이 진행됐다. 기자들이 적은 수의 객석을 차지하기 위해 영화제 사상 가장 긴 줄을 서는 동안, 레드카펫에 오른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과 주연배우 하비에르 바르뎀, 페넬로페 크루즈를 맞이하는 칸의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의 표정이 레드카펫에서만큼은 전에 없이 밝았다. 물론 갈라상영 티켓을 구한 몇몇 기자들이 반드시 생길 것이고, 영화에 대한 안 좋은 평가를 근본적으로는 막을 길이 없다는 걸 영화제도 모르지 않는 바다.
상영 직후, 트위터에는 영화를 처음 본 전 세계 기자들의 혹평 또한 거침없이 이어졌다. 타임라인에는 ‘영화제가 이럴 줄 알고 갈라상영 최초 공개를 했다’는 이야기도 역시나 빠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