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청년 마르크스> 마르크스의 청년 시절
2018-05-16
글 : 변성찬 (영화평론가)

<청년 마르크스>는 제목 그대로 마르크스의 청년 시절을 담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1843년부터 1848년에 이르는 5년 동안 20대 후반의 마르크스가 어떤 사상적, 정치적인 궤적을 밟아갔는지를 연대기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1843년 자신이 <라인신문>에 기고한 글을 낭독하는 마르크스의 목소리로 시작해서, 1848년 막 완성된 ‘공산당 선언’을 낭독하는 마르크스의 아내 예니의 목소리로 끝을 맺는다. 라울 펙 감독에 따르면, 이 영화의 대부분(상황과 대사)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교환한 서신에 근거해서 구성된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청년 마르크스>는 무엇보다 대상 인물 자신이 남긴 말과 글을 통해 인물의 초상화를 그려내고자 하는 라울 펙식 ‘전기영화’인 셈이다.

<청년 마르크스>는 이후 ‘마르크스주의’ 또는 ‘공산주의’라 불리는 한 사상의 형성 과정에 대한 짧은 요약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그 사상의 태동 과정에서 두 여성(마르크스의 아내 예니, 엥겔스의 아내 메리)이 했던 역할을 부각하고 있는 점은 흥미롭다. 하지만 풍부하고 복합적이었던 전작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2016)와 달리 ‘전기영화’라는 장르가 흔히 빠질 수 있는 함정, 즉 일종의 ‘영웅서사’가 되고 마는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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