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 투 잉글랜드>(2010), <트립 투 이탈리아>(2014)에 이은 세 번째 ‘트립 투 시리즈’ 다. 레스토랑 리뷰를 쓰기 위해 스페인으로 떠나는 스티브 쿠건은 롭 브라이든에게 동행을 제안한다. 육아에 지친 롭은 그 제안에 흔쾌히 응하고 둘은 또다시 여행을 떠난다.
이 시리즈의 전작들이 그러하듯이 영화의 주된 내용은 음식이 아니다.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두 남자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세르반테스부터 조지 오웰, 피카소, 스페인 내전에 이르기까지 두 남자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넓고 얕은 지적 대화가 이어진다. 그렇다고 영화가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두 남자는 끝없이 마이클 케인, 말론 브랜도 등 유명 배우들을 성대모사하면서 <대부>나 ‘007 시리즈’ 등을 패러디한다. 호흡이 잘 맞는 콩트 콤비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드라마가 주는 여운에 있다. 두 남자는 여행을 떠났지만 그들 각자가 가진 삶의 무게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멋진 풍경과 맛있는 음식, 즐거운 대화가 끝나고 난 뒤 홀로 남는 시간에는 어찌할 수 없는 외로움이 찾아온다. 영화는 여행이라는 신화를 걷어낸 뒤에 남는 진짜 삶을 발견하려 한다. 그것들은 여행처럼 그저 즐겁기만 한 것도, 우아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완전히 다른 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 결국 자기 자신일 뿐이라는 씁쓸한 역설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