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션 디자이너> 쓴 강승용 미술감독 - 영화미술 서적의 새 장을 열다
2018-05-18
글 : 김소미 | 사진 : 백종헌 |
<프로덕션 디자이너> 쓴 강승용 미술감독 - 영화미술 서적의 새 장을 열다

프로덕션 디자이너에 관한 거의 교과서에 가까운 책이 나왔다. <왕의 남자> <강남 1970> <사도> 등에서 시대의 맥락을 재현하는 영화미술의 품격을 높였던 강승용 미술감독이 <님은 먼곳에>를 촬영하던 당시에 구상해 최근 4년 반 동안 집중적으로 써내려간 결과물이다. “공백기에도 쉬지 않고 ‘포인트’를 잡기 위해” 책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그는 영화미술의 이론과 실제, 그간의 작업물을 접목시켜 꼼꼼히 풀어나간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할리우드 키드”였던 강승용 미술감독은 대학에서 조각을 공부하는 와중에도 항상 영화를 놓지 않았다. “조각가의 입장에서는 난감했던 특수분장에 관한 해외 서적들까지 독파”하며 <구미호> <화엄경> <그 섬에 가고 싶다> 등에서 조금씩 배워나갔고, 1994년 <테러리스트>로 처음 미술감독의 직책을 얻었다.



“대부분의 영화미술 서적이 할리우드를 기반으로 한 번역서”이기에 일반 관객은 해외영화의 크레딧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아트 디렉터의 차이조차 생소하다.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세트를 채우는 미술, 소품, 의상, 분장 등 전체적인 톤 앤드 매너를 총괄”한다면 아트 디렉터는 “세트 제작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러나 아시아권에선 ‘감독’이라는 단어가 주는 권위 때문인지 프로덕션 디자이너보다는 미술감독이라는 명칭이 먼저 정착했다. 90년대 한국영화계에 “세트를 짓는 ‘사장님’들 앞에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나타난 첫 세대”인 그는 “충돌도 많았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강승용 미술감독이 “작품별로 파일에 정리한 회의록, 아이디어 스케치, 최종 사진” 등을 꼼꼼히 수록해 한국 영화미술의 처음과 끝을 담기 위해 노력한 책이다. 책의 서문엔 “미술감독은 모든 작업을 허물고 원점으로,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이라고 적어두었다. 일부러 소품 하나 남겨두지 않는 이유를 두고 “내게 일을 주는 감독과 회사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혹여나 반복해서 써먹지 않기 위해 더 비우려고 노력한다. 같은 시대도 웬만하면 맡지 않는다”. 그런 그가 이전 작업에서 완전히 도약을 꾀한 작품이 현재 CG 작업중인 김광식 감독의 <안시성>이다. 강승용 미술감독은 <안시성>을 통해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영화적 고증을 뛰어넘은 새로운 영화미술의 영역”이 보여지길 기대한다.




신간 <프로덕션 디자이너>



책의 목차를 열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건 첫 번째 장과 마지막 장을 채우고 있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프로덕션 디자이너>라는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영화 현장의 각 파트에서 담당하는 업무가 세세하게 기술돼 있다. 강승용 미술감독에게 영화 작업의 핵심은 “소통과 시스템”이다. “이전 세대는 기반이 없어 경력을 지키는 데 급급했다. 이젠 시대가 변했다. 담을 쌓아서 자기 능력만 내세우려 하지 말고 다같이 탑승해서 즐기면 좋겠다.”



미술감독
2016 <판도라>
2015 <사도>
2014 <강남 1970>
2013 <방황하는 칼날>
2012 <댄싱 퀸>
2012 <연가시>
2011 <평양성>
2010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2008 <님은 먼곳에>
2005 <왕의 남자>
2004 <효자동 이발사>
2003 <선생 김봉두>
2003 <황산벌>
1996 <세친구>
1994 <테러리스트>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