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2018-05-22
글 : 김송희 (자유기고가)
사진 : 최성열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펴냄

미국의 이스라엘 대사관 이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항의 시위와 이스라엘의 과도한 무력진압. 이스라엘군은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사격하고 최루가스를 발포했다. 5월 15일부터 가자지구에서 들려오는 비명 섞인 소식들과 함께 이스라엘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의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를 읽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 정부의 극단적인 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평화 운동가이자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들의 인터뷰를 포함한 논픽션을 출간하기도 한 작가다. 사실 그의 신작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는 국제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 높이는 소설은 아니다. 이스라엘의 작은 도시 네타니아의 외진 클럽, 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무대에 오른다. 그의 이름은 도발레 G. 오늘은 그의 57번째 생일이다. 누가 봐도 코미디언처럼 보이는 외견, 찢어진 청바지에 금색 클립이 달린 빨간 멜빵에 카우보이 부츠를 신은 무대 위의 도발레는 왜소한 중년 남자다. 소설은 그의 방백으로 진행된다. 객석을 향해 2시간 동안 진행되는 늙은 코미디언의 공연, 스스로를 비하하는 농담과 객석을 풍자하는 짓궂은 농담이 질펀하게 이어진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구조다. 홀로 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뒤 우울증에 빠진 어머니, 폭력적인 아버지를 둔 왜소한 소년,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당하고, 누구에게도 의지할 데 없었던 한 남자의 자기 비하 섞인 개인사가 진행된다. 시련 속에서 겨우 생존한 인간이 아비샤이라는 친구를 목격자로 두고 자신의 생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말장난으로 넘겼던 단어 하나가 결국은 소설의 주제와 연결맺어질 때, 소설이나 희곡이라는 형식 안에 가둬지지 않는 오직 이 작품만의 놀라운 독창성이 발견된다. 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작이다.

영혼을 망치는 법

“아니, 진지하게 말하는데!” 그는 소리를 지르더니, 말에 속도를 낸다. “요즘 세상에 영혼을 유지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어? 그건 사치야. 좆도, 농담 아니라니까! 계산을 해보면 마그네슘 휠보다 돈이 더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나는 지금 기본 모델 영혼 이야기를 하는 거야. 무슨 셰익스피어나 체호프나 카프카가 아니라, 다들 훌륭하지. 그렇다고 들었어. 개인적으로는 하나도 읽어본 적 없지만.(57쪽)

인생이란 이렇게 되고 마는 거야. 인간은 계획하고, 신은 그 인간을 좆같이 망쳐버리지.(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