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서산개척단> 57년 만에 숨겨진 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2018-05-23
글 : 김성훈

57년 만에 숨겨진 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산 출신인 김인씨는 넝마주이로 지내다가 먹고살게 해준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그곳으로 끌려갔다. 대전 출신인 정화자씨는 낯선 사람들을 따라나섰다가 그곳에서 원치 않은 결혼까지 해야 했다. 대전에서 납치된 이정수씨는 일본 간장에다 물을 탄 뒤 밥을 말아먹었고, 밧줄에 매달려 “엄마 사랑, 아빠 사랑”이라는 구호에 맞춰 몽둥이에 맞은 비참한 기억을 끄집어냈다. 출신 지역도, 하는 일도 달랐던 이들이 끌려가 평생 노역을 했던 곳은 서산개척단이다.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이 1961년 국토개발사업에 강제 동원한 대한청소년개척단의 다른 이름이다.

<서산개척단>은 오랫동안 쉬쉬해온 서산개척단의 존재를 취재해 세상에 널리 알린 다큐멘터리다. 김인, 정영철, 이정수, 정화자씨 같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이상범, 이정남씨처럼 개척단에 끌려온 사람들을 관리한 중간 관리자, 서산개척단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이들에게 들어온 돈을 뒤로 빼돌린 민정식 단장의 손발이었던 손연복씨 같은 관리자 등 다양한 위치에 있는 인물들의 증언을 배치해 서산개척단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그들의 억울한 사연을 따라가면 수십년 동안 국민을 속인 국가에 대해 분노하는 동시에 울컥하게 된다. 이 영화는 전작 <블랙딜>(2014)을 통해 공공재 민영화의 폐해를 파헤친 이조훈 감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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