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케이크메이커> 달고 고운 크림의 질감으로 사랑과 상실을 보듬는 작품
2018-05-23
글 : 김소미

달고 고운 크림의 질감으로 사랑과 상실을 보듬는 작품. 작은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파티셰 토마스(팀 칼코프)에게 사업차 베를린을 방문한 오렌(로이 밀러)이 찾아온다. 진한 케이크의 맛을 촉매제 삼아 사랑에 빠진 두 인물의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고, 토마스는 작별의 기회도 없이 오렌을 잃고 만다. 여기서 토마스는 기묘한 방식으로 상실을 떨쳐내기로 결심한다. 오렌의 고향인 예루살렘으로 떠나 유대인들의 삶 속에 조용히 몸을 내맡기는 것이다. 그는 카페를 연 오렌의 아내 아나트(사라 애들러)를 찾아가 기꺼이 아나트의 조수 역할을 자처한다. 아나트 주변의 인물들은 독일인에게 경계심을 느끼고, 토마스는 이스라엘의 종교와 문화에 익숙지 않아 잦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러나 토마스는 이종의 것들을 끈기 있게 반죽해내는 데 능한 사람이다. 케이크가 오렌을 기쁘게 했듯, 이번엔 그의 쿠키가 아나트를 살게 한다. 때맞춰 단 음식을 건네는 말수가 적은 한 사람과 그의 음식을 먹고 기력을 되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케이크의 색처럼 포근한 색감으로 꾸려진다. 성별, 국적, 종교, 문화 등 각자의 것을 존중하면서도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선택이 만들어낸 사랑의 형태가 유독 깊고 웅숭하게 다가온다. 이스라엘 출신의 주목받는 신예 오피르 라울 그라이저 감독의 데뷔작으로 제52회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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