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디트로이트> 1967년 7월 미국의 대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일어났던 비극적인 실화
2018-05-30
글 : 장영엽 (편집장)

이라크 전쟁의 한복판을 조명한 <허트 로커>(2008)와 빈 라덴 암살 작전을 다룬 <제로 다크 서티>(2012). 캐스린 비글로는 미국 사회가 직면한 폭력적인 상황으로부터 윤리와 딜레마의 문제를 예리하게 짚어내는 연출자다. 그런 그녀가 주목하는 미국 사회의 현재적 문제는 ‘인종차별’이다. 비글로의 신작 <디트로이트>는 1967년 7월 미국의 대도시 디트로이트에서 일어났던 비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다. 당시 디트로이트 시민들과 경찰(그들 중 대부분이 백인 남성이다)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깊어지자 미시간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탱크와 총을 든 군인들이 거리를 점령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알제 모텔에서 총성이 울린다. 투숙객 중 한명이 장난감 총을 쏜 것이다. 하지만 이 총소리는 주변을 순찰하던 백인 경찰들의 심기를 거스르고, 그들은 모텔에 들이닥쳐 총을 쏜 장본인을 찾으려 한다. 주변 식료품 가게를 지키던 경호원 멜빈(존 보예가)과 신인 그룹 ‘드라마틱스’의 멤버 래리(알지 스미스), 10대 소녀 줄리(한나 머레이)는 우연히 그때 그 시각 알제 모텔에 있었다. 지옥 같은 그날 밤이 깊어간다.

멜빈, 래리, 줄리는 실존 인물이다. <디트로이트>의 제작진은 알제 모텔 사건의 목격자와 FBI의 조사 자료, 매스컴이 보도한 기사와 사회학적 연구까지 방대한 조사를 통해 빈칸으로 남아 있는 그날 밤의 진실을 재구성한다. 40여분에 달하는 모텔에서의 심문 장면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고통스럽게 다가오는데, 그건 인물과 공간에 완전히 밀착한 배리 애크로이드의 촬영 덕분이다. 밀도 높은 모텔 시퀀스에 비하면 후반부의 재판 장면은 맥이 풀리는 느낌이지만, 공권력을 위시한 폭력이 불러온 비극과 끝나지 않은 아픔을 얘기하는 <디트로이트>는 인종차별이 만연한 현 미국 사회에 대한 완벽한 미러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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