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스탠바이, 웬디> 웬디의 열렬한 <스타트렉> ‘덕질’
2018-05-30
글 : 김소미

“플리즈 스탠 바이, 플리즈 스탠 바이.” 자폐증을 가진 웬디(다코타 패닝)가 자신을 집으로 데려가지 않는 언니 오드리(앨리스 이브) 앞에서 흥분하며 절규하자 재활원의 센터장 스코티(토니 콜레트)가 그를 진정시키며 하는 말이다. 이곳에서 웬디의 ‘준비’는 무척 중요하다. 아침 샤워와 식사, 요일별로 갈아입는 니트의 색깔, 아르바이트 업무, 마침내 갖는 저녁의 여유 시간까지 웬디는 자기 장애를 효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장치들로 하루, 그리고 일주일을 빼곡 채운다. <스탠바이, 웬디>는 핸디캡에 맞서 자력을 키워가는 독립적인 학생과 신실한 선생님 그리고 현실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가족을 등장시키는, 꽤 전통적인 드라마의 구조를 취했다. 그러나 정작 영화의 본론은 웬디가 <스타트렉>의 열렬한 팬 ‘트레키’라는 점에서 시작된다. 웬디는 <스타트렉> 시나리오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하기 위해 LA로 떠나는데, 험난한 여행 중에도 웬디의 열렬한 ‘덕질’은 예기치 않은 행운을 부른다. 세상은 넓고 트레키는 의외로 많았던 것이다.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외계어 클링온어로 대화하며 낯선 상대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영화 말미의 장면이 대표적이다. <스탠바이, 웬디>는 사랑하는 영화의 작은 디테일마저 삶 속에 끌어들이기를 즐기는, 그 속에서 순수한 즐거움과 기쁨을 뿌리내리는 많은 ‘덕후’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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