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젊은 여성도 매혹적으로 보일 수 있다. 가만히 서서 바보처럼 보이기만 하면 된다.”(헤디 라마) 헤디 라마는 아름다웠고, 대중은 그녀가 아름다운 바보이길 바랐다. 하지만 헤디 라마는 바보처럼 보이길 원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백설공주의 모델이자 캣우먼 탄생에 영감을 준 “세계 최고의 미인” 헤디 라마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배우인 동시에 위대한 발명가였다. 어린 시절부터 뮤직박스를 분해하고 조립하길 즐겼으며 발명이 취미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군 함대의 어뢰가 계속해서 목표물에 닿기도 전에 폭파당하자, ‘무선으로 조종되는 어뢰가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발전시켜 ‘주파수 도약’이라는 보안 무선 통신 개념을 발명한다. 이는 지금의 와이파이, 블루투스, GPS, 첨단군사기술에 사용되는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헤디 라마는 발명가로 대접받지 못했다. MGM의 설립자 루이 B. 메이어 역시 그녀를 스튜디오의 소유물쯤으로 여겼다. 부당함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스튜디오를 나가 1946년 직접 영화를 제작한다. 헤디 라마의 딸은 그런 어머니에 대해 “페미니스트로서 시대를 앞서갔다”고 평한다. 제작한 영화의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이후 출연한 세실 B. 데밀의 <삼손과 데릴라>(1949)는 헤디 라마 최고의 흥행작이 된다. 그러는 동안에도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다. 총 6번의 결혼생활은 해피엔딩으로 끝난 적이 없다. 말년엔 은둔자로 살았다.
<밤쉘>은 헤디 라마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 질문하는 다큐멘터리다. 나이가 들어 성형에 집착하면서도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흉터가 작게 생기는 수술 아이디어를 제공해 성형의 기술마저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일화는 상징적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여성이었다. 배우 수잔 서랜던이 제작했고, 다이앤 크루거가 헤디 라마의 목소리 재연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