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하이스트 무비가 온다. 샌드라 불럭,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 등 8명의 스타배우들로 무장한 <오션스8>가 6월 13일 국내 개봉한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의 역사 속으로 사라진 듯 보였던 <오션스> 시리즈의 스핀오프작이다. 이전 3부작의 연출을 맡은 스티븐 소더버그가 제작자로 물러나고, 감독 게리 로스를 비롯해 새로운 제작진이 합류한 <오션스8>는 어떤 매력을 가진 작품일까. 무엇보다도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극의 중심부를 차지한 여성배우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를을 토대로 <오션스8>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보았다. 돌아온 하이스트 무비가 당신의 마음까지 강탈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시라.
팀 ‘오션’과의 이별 그리고 재회
“더이상의 <오션스> 시리즈는 없다.” 지난 2006년, 스티븐 소더버그는 <오션스13>이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가 될 거라고 선언했다. 그건 예고된 이별이었다. 지난 2001년 처음으로 등장한 소더버그의 <오션스 일레븐>은 1960년의 동명 원작 영화를 뛰어넘어 21세기 하이스트 장르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범죄를 설계하고 모의하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을 중심으로, 거대한 ‘한탕’을 노리는 범죄단의 활약상을 조명했다.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등의 빛나는 스타 군단과 스펙터클한 액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 대중은 엔터테인먼트 종합선물세트 같은 소더버그의 범죄영화를 사랑했다. 속편 <오션스 트웰브>(2004)와 <오션스13>(2007)까지 <오션스> 3부작이 전세계적으로 거둬들인 수익은 11억2천만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3부작의 감독과 제작을 맡은 스티븐 소더버그와 주연배우 조지 클루니는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시리즈에 대한)강렬한 인상을 유지하고 싶다”는 조지 클루니의 바람대로, <오션스> 시리즈의 스타 제작진은 알 파치노가 악역을 맡은 <오션스13>을 끝으로 안녕을 고했다. 시리즈의 주요 멤버였던 프랭크 캐튼 역의 버니 맥이 지난 2008년 세상을 떠난 것도 속편의 제작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오션의 범죄단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의 역사 속으로 그렇게 사라지는 듯 보였다.
소더버그가 사망 선고를 내린 시리즈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건,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2012)의 감독 게리 로스다. 소더버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 감독으로, <오션스 일레븐>과 <오션스13>의 제작에 비공식적인 도움을 줬던 그는 5년 전 대니 오션의 여동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새로운 <오션스> 영화의 아이디어를 소더버그에게 제안했다. 여성들을 극의 중심에 놓은 <오션스> 3부작의 스핀오프, <오션스8>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다만, ‘오션스8’란 제목과 8명의 인물을 극의 중심에 놓는 건 소더버그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여성 무법자들의 이야기
“이건 하이스트 무비다. 이 장르는 언제나 재미있다. 어떻게 무사히 물건을 훔칠지, 어떤 기지를 발휘할지 궁금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핵심은 여러분을 모든 우여곡절의 사건들로 안내할 복잡하고, 똑똑하고, 재미있는 8명의 여인이다.” 영화 <오션스8>에 대한 주연배우 샌드라 불럭의 안내서다. 그의 말대로 <오션스8>는 여성 스페셜리스트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블록버스터영화다. 이 작품은 <오션스> 3부작의 주인공 대니 오션의 여동생 데비 오션(샌드라 불럭)을 주축으로, 위험하지만 짜릿한 범죄에 특화된 일곱 여성(‘타깃’ 역할로 소개되는 앤 해서웨이는 일단 제외하고 보자)이 1억5천만달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손에 넣기 위해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사기꾼, 해커, 소매치기, 장물아비…. 5년간의 감옥 생활을 마친 데비 오션이 출소하자마자 찾아낸 일곱 여성들(52∼53쪽 인물소개 참조)은 업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유능한 범죄자들이다. “무법자의 이야기는 언제나 미국영화의 중심에 있었지만 몇번을 제외하고 그 무법자는 남자였다. 금지된 영역처럼 보였던 이 장르를 화끈한 여성들이 휘어잡는다는 아이디어에 마음이 끌렸다.”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하이스트 무비를 연출하게 된 계기에 대해 게리 로스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오션스8>가 흥미로운 건 여성 무법자들의 활약뿐만 아니라 그녀들의 활약을 막아서는 사회적 장애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것이 그녀들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들은 범죄 업계 안에서 자신이 뛰어나게 잘하는 걸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왜냐하면 세상이 그녀들이 제대로 일하도록 놔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중 어떤 여성 범죄자는 집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마트에서 물건을 파는 주부가 되어 있다. 데비 오션이 그들의 도움을 받으려 하는 건 그녀들이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끝내주게 일을 잘하기 때문이지.”(샌드라 불럭)
목표는 다이아몬드
5년8개월12일. <오션스8>의 주인공 데비 오션이 자신의 경력을 통틀어 가장 난이도 높은 절도극을 계획해온 시간이다. 그녀와 범죄단의 표적이 되는 물건은 1억5천만달러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투생’이다. 데비가 5년 넘게 절도를 계획할 정도로 화려한 목걸이를 선보여야 했던 <오션스8> 제작진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카르티에에 목걸이 제작을 의뢰했다. “캐럿수가 높은 목걸이여야 하고 역사적 느낌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제작진의 부탁에 카르티에는 1931년 그들이 나와나가르 인도 군주를 위해 만든 목걸이 디자인을 참고했다.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게 장식한 컬러 다이아몬드”라 평가받는 진품의 디자인에 아르데코 스타일을 더한 ‘투생’은 <오션스8>의 핵심적인 소품으로 기능할 것이다. 한편 ‘투생’이란 이름은 1933년부터 70년까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카르티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했던 잔 투생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줄 절도 시퀀스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플롯은 비단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범죄의 타깃이 되는 대상이 희귀할수록, 목표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하고 난해할수록 하이스트의 쾌감은 배가된다. <오션스8>에서 데비 오션과 여성 범죄단이 풀어야 할 미션은 다음과 같다. 세계적인 자선 행사에서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 목걸이는 글로벌 스타 다프네 클루거(앤 해서웨이)의 목에 걸려 있다. “단순히 보석함이나 금고에서 보석을 훔치는 것보다 흥미롭게 만들고 싶었다. ‘멧 갈라’의 배경은 활기 넘치고 강렬하다. 관객을 그곳으로 이끌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절도극의 주요 무대로 이전 3부작의 라스베이거스를 떠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게리 로스 감독은 이렇게 설명한다. ‘멧 갈라’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의상협회가 여는 연례 자선 행사로, 뉴욕의 세련된 문화와 파티의 정점을 보여주는 행사로 평가받는다. 패션, 예술계 유명 인사와 세계 각지의 셀러브리티들이 이 행사에 모여든다. 특히 매년 다른 테마를 두어 초대 손님의 의상과 파티의 장식을 결정하는 ‘멧 갈라’의 특징은 <오션스8>에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미술감독 알렉스 디거랜도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협조로 2주간 사운드 스테이지 대신 미술관에서 직접 촬영했으며, 베르사유의 정원으로 탈바꿈한 미술관의 대회당을 이번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의상이 강조되는 행사인 만큼 ‘멧 갈라’에서 <오션스8>의 여덟 주인공이 입게 될 드레스 또한 관전 포인트다. 의상감독 사라 에드워즈는 멧 갈라 장면에서의 의상을 위해 각기 다른 패션디자이너 8명의 오트쿠튀르 드레스를 배우의 특성에 맞게 제작했다고 말했다. 알베르타 페레티(샌드라 불럭), 돌체 앤드 가바나(헬레나 본햄 카터), 프라다(사라 폴슨), 나임 칸(민디 캘링), 조너선 심카이(아콰피나), 지방시(케이트 블란쳇), 잭 포즌(리한나), 발렌티노(앤 해서웨이)…. 베르사유로 변모한 미술관을 거닐며 오트쿠튀르 의상을 입고 누구도 모르게 작전을 수행할 범죄단의 모습이 사뭇 궁금해진다.
전편과의 연관성
<오션스8>의 예고편을 본 이라면 누구나 명백하게 떠올렸을 영화가 있다. 지난 2001년 개봉한 <오션스 일레븐>이다. 이 작품은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를 준비하는 대니 오션의 모습으로 시작되는데, <오션스8>에서 이 장면은 죄수복을 입은 채 가석방 면담을 하는 데비 오션의 모습으로 반복된다. 과거의 동료 루(케이트 블란쳇)가 “왜 이걸 하려는 거야?”라고 데비에게 묻는 장면이나, 절도극의 이면에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는 것 외에 다른 목적도 있어 보이는 데비의 의뭉스러운 모습도 <오션스 일레븐>의 명백한 영향이 느껴진다. 게리 로스는 “소더버그가 연출한 <오션스> 3부작의 톤과 스타일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며 <오션스8>를 시리즈의 재창조로 보기보다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으로 봐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대니 오션과 데비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일조할 <오션스 일레븐>의 푸티지 또한 이번 영화에 삽입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전 3부작의 주인공인 대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오션스8>에서 밝혀질 예정이다. 예고편에는 대니의 비석(사망연도는 2018년이다) 앞에 서 있는 데비의 모습이 삽입돼 충격과 궁금증을 안겼다. 이전 3부작의 중심인물 중 현재까지 <오션스8>가 공식적으로 출연을 인정한 배우는 맷 데이먼과 칼 라이너뿐이다. 하지만 시리즈의 얼굴이었던 대니 오션을 이번 영화에서 볼 수 없다 해도 너무 아쉬워하지 말 것. 이건 무엇보다 여자들의 하이스트 무비다. 지금은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하이스트 장르 속을 자유롭고 거침없이 활보할 그녀들의 이야기에 온전히 스포트라이트를 쏟아야 할 때다. <오션스8>는 6월 13일 국내 개봉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