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서울국제여성영화제④] 사만다 랭, 한국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호주감독조합 회장
2018-06-13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오계옥

“아름다운 큐레이팅이다.” 호주 감독 사만다 랭과의 만남은 여성영화제의 프로그램 이야기로 시작됐다. 그녀는 “여성의 삶을 사회, 정치, 문화 등 다각도로 조명한” 올해 영화제의 상영작이 세계 어느 영화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사만다 랭은 지난 2015년부터 호주감독조합 회장으로 영화계 내 성평등을 위한 정책 수립에 힘쓰고 있는 호주 출신 감독이자 작가, 비주얼 아티스트다. 그녀는 올해 여성영화제가 신설한 한국 장편경쟁부문의 심사위원, 국제 컨퍼런스 행사 ‘영화산업 성평등을 위한 정책과 전략들’의 발표자로 한국을 찾았다.

-어떤 기준으로 심사를 했는지 궁금하다.

=한국 장편경쟁부문의 시상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렇다보니 창조성도 중요하지만 여성 영화인들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되는 작품을 선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성영화제를 표방할 수 있는 파워풀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작품인지를 보았고, 영화적 미학과 스토리텔링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우리는 수상작을 이미 결정했는데, 이 작품이 한국의 여성 영화인들에게 새로운 발견의 의미가 되길 바란다.

-호주에서 감독조합의 회장을 맡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는 아직 여성 회장이 나온 적이 없다.

=나 역시 여성으로서는 30년 만에 감독조합 회장을 맡게 됐다. 사실 이 회장직은 봉사의 의미가 강한 직책인데, 호주 영화산업 내 여성들의 참여를 더욱 독려하고 옹호하기 위해, 또 조합 대표로서 좀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맡게 됐다.

-당신은 감독조합의 회장을 맡는 한편, 스크린 오스트레일리아의 젠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에서 일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는 정책은 호주영화계에서 활동하는 키 스탭 중 여성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공적 기금을 조성해 시나리오작가, 감독, 프로듀서, 배우 등의 키 스탭 중 여성 비율이 일정 기준 이상을 충족시킬 경우 자금을 지원해준다. 또 여성감독들에게 일자리를 소개하고 지원하는 ‘젠더 매터스’ 계획을 감독하고 있다. 2019년 말까지 호주영화계 내에 50%의 여성 인력을 두는 것이 목표다.

-왜 이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스크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영화산업 전반에 걸친 성 불균형 상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산업 결정권자들의 여성에 대한 편견, 남성이 다른 남성에게만 일을 주는 남성간의 동성연대, 여성의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등이 젠더 불균형의 이유라고 한다. 이건 자발적으로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미 영화산업의 90%에 달하는 스탭들이 남성이기 때문에, 성평등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강제성 있는 법률과 정책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계도 바뀌려면 영화진흥위원회 같은 기관이 실태 조사와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영화제, 감독·프로듀서조합, 영화진흥위원회 같은 영화산업 주요 단체들이 협력해서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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