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유전> 60~70년대 오컬트 무비의 분위기
2018-06-13
글 : 임수연

애니(토니 콜레트)는 가족의 상황을, 심지어 비극적인 사건도 작은 모형으로 구현해내곤 하는 디오라마 아티스트다. 애니의 아들 피터(알렉스 울프)는 별다른 의욕 없이 마리화나나 피우며 방황하는 10대 청소년이다. 애니의 남편 스티브(가브리엘 번)는 심리치료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정신이 불안정한 가족들에게 큰 관심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평소 비밀이 많던 애니의 엄마가 죽고 장례를 치른 이후 이들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는 일들이 벌어진다. 애니의 딸 찰리(밀리 샤피로)가 끔찍한 사고를 당하고 함께 있던 피터가 죄책감에 시달리는 등 위태롭게 유지되던 가족의 평정심은 무너져버린다. 그렇게 스스로도 믿을 수 없게 된 애니에게 죽은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모임에 참석하라고 권유하는 이웃 조안(앤 도드)이 나타난다.

<공포의 대저택>(1961), <악마의 씨>(1968), <쳐다보지 마라>(1973) 등 60~70년대 오컬트 무비의 분위기를 모범적으로 계승한 작품이다. 부모 세대의 비뚤어진 믿음이 대를 이어 내려오며 저주로 완성되는데, 핏줄을 선택할 수 없다는 태생적 두려움을 장르적으로 잘 구현해냈다. 가족이 살고 있는 공간을 축소해 재현한 모형이 오프닝을 비롯한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데,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의 상황을 은유하고 있다. <문라이트>(2016),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레이디 버드>(2017) 등을 만든 제작사 A24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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