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는 차별과 무시가 지긋지긋한 르네(에이미 슈머)는 헬스클럽에서 격하게 운동을 하던 중 사고로 머리를 부딪치게 된다. 실제로 바뀐 것은 하나도 없지만 다시 깨어난 르네의 눈엔 자신의 외모가 충분히 멋지게 느껴지면서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모하는 이야기다. 오롯한 나만의 가치를 각인시켜가는 여성의 드라마와 배우 에이미 슈머의 존재감이 톡톡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섭렵해가는 르네는 겉보기엔 완벽해 보이지만 역시나 자신처럼 자존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던 여성들을 감화시키고, 새로운 데이트 상대도 만나게 된다. 얼핏 자유롭고 통쾌한 구도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자기 몸에 대한 여성의 인식과 사회의 고정된 시선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긍정하게 된 르네의 동력은 외모지상주의에서 해방되어 얻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예쁘다’고 느끼는 데서 온다. 외모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에 의지한 채 되레 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서사는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기대한 관객에게 적잖이 당혹스러움을 안긴다. 에이미 슈머의 사용법 면에선 분명 아쉬운 영화지만, 특유의 에너지와 호감가는 이미지로 스크린 가득 포만감을 주는 배우라는 점은 이 작품에서도 부정하기 힘들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2009)의 각본을 쓴 에비 콘, 마크 실버스테인의 연출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