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사진작가 JR이 예술적 협업을 시도한다. JR은 사람들의 얼굴이나 전신이 담긴 흑백 사진을 대형으로 인쇄해 건물 벽에 붙이는 것으로, 공간의 얼굴을 바꿔왔다. 두 사람의 예술 세계는 여성, 빈민, 이민자 등 소수자를 향한다는 점에서는 통하지만, 그 방식은 다르다. 아녜스 바르다에게 ‘우연’이라는 축복을 기다리는 즉흥성이 중요한 만큼, JR에게는 포토트럭과 육중한 기계의 준비 작업이 필수적이다. 과연 이들의 만남이 바르다의 말처럼 “위대한 도약”이 될 수 있을까.
두 사람은 포토트럭을 타고 프랑스의 시골 마을, 항만 등 곳곳을 다닌다. JR의 작업이 아녜스 바르다를 만나면서 사적이고 장난스러운 상상력이 배가된다. 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작업에 붙인 수식어인 ‘장난’은 예술가들의 자기만족적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풍미를 더하는 적절한 균형감 속에 존재한다. 이들의 여정은 사람과 사물이 가진 원래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연결점과 우정을 탄생시킨다. 때로 그 대상에는 물고기, 뿔 달린 염소와 바르다 자신의 분절된 신체가 포함된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누벨바그에서 시작된 바르다의 예술 세계와의 접점에 놓여 있으며, 이를 끊임없이 반추하게 한다. JR은 때때로 바르다의 오랜 친구들의 대역처럼 군다. 그 어쩔 수 없는 격차와 간격 속에 뭉클한 감정이 웅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