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연주 장면보다는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아이들의 생생한 대화에 더 관심이 많은 음악영화. 투어 콘서트를 앞두고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게 된 바이올리니스트 시몽(카드 므라드)에게 초등학교 바이올린 선생님이라는 새로운 역할이 주어진다. 난생처음 오케스트라 협주에 도전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연말에 있을 큰 공연을 준비해야 하는 시몽의 교실은 대체로 혼잡하고 막막한 분위기다. 그러나 <라 멜로디>는 서툰 선생님이 가난한 계급의 말 안 듣는 아이들을 음악으로 교화하는 익숙한 전개 위에서도 정확한 음을 짚으려 주의를 기울인다. 도저히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매일의 불협화음이 구태의연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음악을 통한 교감과 유대의 과정이 과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알제리계 프랑스인 시몽이 이민자 부모를 둔 학생들을 상대로 느끼는 끈끈한 동질감은 학교 밖을 넘어 아이들의 집 안까지 스며든다.
영화는 협주의 과정 속에서 공존의 가치를 차분히 꿰어나가는 미덕도 지녔다. 타고난 재능과 성실성을 모두 갖춘 아르노(알프레드 래널리)의 바이올린 독주는 불필요한 시기나 질투에 흽싸이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을 이끄는 긍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한다. 어른들의 경계심을 그대로 물려받은 아이들의 고단한 얼굴이 바이올린 선율에 의해 서서히 무장해제되는 순간을 포착해내는 클로즈업이 빛난다. 프랑스의 배우 라시드 하미의 장편 감독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