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일 감독이 인디포럼 영화제 뒤풀이 술자리에서 신인감독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6월 7일 제23회 인디포럼2018 영화제에 단편영화 <아들딸들>로 초청받은 유형준 감독은 개막 파티에 참여했다가 2차 술자리에 동석했던 이송희일 감독과 감독의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발언에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분노”를 느껴야 했다. 이에 그는 6월 10일, <씨네21>에 자신이 겪은 사건을 고발하는 장문의 글을 보내 제보했고, 페이스북 ‘독립영화당’ 페이지에도 동일한 내용을 게재했다. 유형준 감독은 사건 공개에 앞서 그날 자신에게 벌어진 사건은 “그동안의 미투(#MeToo) 운동이 주로 조명해온 방향(이성애자 남성이 여성에게 가해온 성폭력) 뒤에 숨겨진 또 다른 구도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송희일 감독이 술자리에서 저지른 성추행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단편영화 <아들딸들>을 연출한 유형준 감독은 함께 작업한 김성진 프로듀서와 6월 7일 인디포럼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1차 술자리가 파한 후 8일 새벽 1~3시까지 종로3가 근방의 한 찌개 집에서” 이송희일 감독, 동행 프로듀서 그리고 이송희일 감독의 팬이라고 하는 두명의 여성과 2차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가 무르익기도 전에 그 자리에 동석한 두명의 여성 중 한명이 대뜸 김성진 프로듀서에게 “둘이 동성 연인이냐”고 물었고, 이송희일 감독은 “저 욕망덩어리들이 여기까지 왔다”라고 말해 두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이송희일 감독은 두명의 여성 중 한명에게 “둘 중에 누가 더 마음에 드냐, 골라서 데려가라”라고도 덧붙이며 여성들을 부추겼고 그 말을 들은 한 여성은 “아직 너무 어리다”라고 대꾸했다. 동석했던 프로듀서는 이 과정을 옆에서 모두 지켜봤지만 유형준 감독에게 “감독님이 많이 취하셔서 그렇다. 그냥 넘어가자”며 술을 권했다. 그런데 두 여성도 “감독님이 만취하셨으니 이해하자”라며 오히려 이송희일 감독이 아닌 유형준 감독과 김성진 프로듀서를 말리다시피 했다. 이후 대화의 주제가 영화와 관련한 쪽으로 흐르는가 싶더니 이송희일 감독이 모 배우를 언급하며 “그 녀석 벗은 몸을 보니 내 취향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유형준 감독과 김성진 프로듀서를 향해 “난 너희 같은 마초 스타일이 좋다”, “맛있어 보인다”라는 성희롱 발언을 내뱉었다. 이에 유형준 감독은 2차 술자리 내내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분노”를 느꼈고, 더이상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어 김성진 프로듀서와 함께 술집을 나섰다. 유형준 감독은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바로 당일 오후에 박홍준 인디포럼 의장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유형준 감독으로부터 직접 사건 신고를 접수한 박홍준 의장과 성폭력위원회 위원은 “신고가 접수되었으니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피신고자 이송희일 감독으로부터 신고자를 격리하고 보호하겠다”고 전달했다.
그런데 최초 접수 이후에 문제가 또 벌어졌다. 신고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유형준 감독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통 걸려왔는데, 받아보니 이송희일 감독이었다. 유형준 감독에 따르면, “이송희일 감독과는 개막 파티 때 처음 만난 사이로, 술자리에 동석은 했지만 연락처를 주고받은 적은 없었다”. 처음에는 전화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길 꺼려하던 이송희일 감독이 본인임을 시인하면서 “개인적으로 뵙고 얘기할 수 있겠냐”고 물었고 유형준 감독은 거절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서 “두분(유형준 감독과 김성진 프로듀서)이 게이 연인인 줄 알았다. 그렇기에 거리낌없이 성적 농담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철저하게 제보자의 신원이 보호되어야 하는 1차 신고 접수 상황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피신고인이 신고인에게 직접 연락을 취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유형준 감독에 따르면, “이송희일 감독이 사건 다음날 다른 일로 인디포럼 측과 통화하던 도중 자신에 대한 신고 접수 등의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고 한다. 이송희일 감독은 유형준 감독과의 통화에서 자신이 직접 영화인 구인 사이트 ‘필름메이커스’에서 유형준 감독의 연락처를 검색해 알아냈음을 시인했다. 이후 이송희일 감독은 유형준 감독에게 문자로 “제가 술에 취해 한 행동에 상처를 받으신 것 같은데 정말 죄송합니다. 기억을 못한다 하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도 일어나서 충격에 휩싸여 하루 종일 같이 있던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느라 동분서주했습니다. (중략) 정말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네요. (후략)”라는 사과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유형준 감독은 위와 같은 사건 경위를 <씨네21>에 제보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그 어떤 익명화도 바라지 않으며, 최근 연이은 성추행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보호에 소홀한 인디포럼 영화제쪽과 이송희일 감독을 고발하기 위해” 사건 경위를 외부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에 인디포럼 작가회의를 비롯해 인디포럼 성평등위원회가 구성한 대책위원회는 6월 12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1차 사건과 2차 사건에 관한 입장을 발표했다. 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서 “최초로 접수된 사건을 1차 사건으로, 이후 사건 접수 내부 유출 및 피신고인의 전화연락 사건을 별건으로 처리, 2차 사건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해서도 따로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인디포럼 작가회의 역시 “사안의 위중함을 인지하고 있”으며 “‘사단법인 인디포럼 작가회의 성차별, 성폭력, 인권침해 사건 처리에 관한 규정’에 근거, 독립적인 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외부기관의 자문을 받으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것”도 약속했다. 대책위원회의 입장문에도 언급되었듯이 유형준 감독은 “사건의 피신고인 및 사건 발생 현장의 동석인들의 실명 공개와 공개적인 사과, 인디포럼 작가회의의 공개적인 사과 성명”을 요청했다. 박홍준 인디포럼 의장도 “현재 대책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하며 “6월 13일 현재 지금도 계속 회의 중이다. 개인적인 의견보다는 공식화할 입장이 나오면 그때 향후 조치 방향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송희일 감독의 성추행 사건을 취재하는 와중에 지난 6월 12일, <씨네21>로 이송희일 감독에 대해 또 다른 제보가 들어왔다. 2012년 인디포럼에 단편영화 <폐함>을 출품했던 신희주 감독은 2014년 신촌 퀴어퍼레이드 뒤풀이 행사에 참여했다가 이송희일 감독으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했다. 모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이송희일 감독의 강의를 들었던 지인과 동석했던 신희주 감독은 해당 술자리에서 이송희일 감독과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의견 충돌이 빚어지자 “너같이 단편 나부랭이나 만드는 게 뭘 안다고 떠드냐”, “장편이나 만들고 와서 내 앞에서 떠들어라”, “내가 너 온다고 했을 때부터 싫었다, 너같이 단편 나부랭이 만들고 자기가 감독인 줄 아는 년들이 바닥에 널리고 널렸다”라는 등의 모욕적인 욕설이 섞인 폭언을 10여분간 들어야 했다. 신희주 감독에 따르면, 당시 술자리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자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이송희일 감독의 욕설을 조용히 듣고만 있”는 분위기였고, 이에 “당시 느꼈던 소외감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고 전했다. 유형준 감독과 신희주 감독의 이같은 제보에 대해 이송희일 감독으로부터 직접 입장을 전해 듣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