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개들의 섬> 오늘, 세상의 모든 개들이 사라졌다!
2018-06-20
글 : 김현수

웨스 앤더슨 감독의 9번째 영화 <개들의 섬>은 그의 장기인 아름답고 양식적인 형식 미학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여 완성시킨 환상적인 모험담이다. 이번 영화는 <판타스틱 Mr. 폭스> 이후 두 번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가상의 미래 국가 일본이 주요 배경이다. 어느 날 일본 전역에 강아지독감이 퍼지자, 메가사키시의 고바야시 시장은 개들을 쓰레기 섬으로 추방시키는 법령을 공표한다. 인간 세상에서 예쁨 받으며 살아온 ‘애완견’들은 하루아침에 내쫓기고 만다. 그 첫 번째 희생견은 고바야시 시장의 조카인 아타리의 수행견 ‘스팟’. 6개월 후 아타리는 스팟을 구하기 위해 시장 몰래 도시를 떠나 쓰레기 섬으로 잠입한다. 섬에 불시착한 아타리는 생존력 강한 개들, 치프, 렉스, 킹, 보스, 듀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보살펴준 반려견 스팟의 소재를 찾아나선다. 아타리가 쓰레기 섬에서 모험을 벌이는 동안, 이 영화에서 한때 각별했던 반려견 스팟을 찾아나서는 아타리의 여정은 흥미 위주의 엔터테인먼트형 장치로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그 자체로 편견과 억압, 그리고 불의에 맞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미래의 위기를 어떻게 맞서야 할 것인지, 자신의 정체성과 정치적 지향점을 찾아나서는 아타리의 성장통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아타리를 둘러싸고 개들끼리 보수와 진보진영으로 나뉘기도 하고 음모론을 좇는 학생들은 흡사 전공투 세대의투쟁처럼 체제와 불의에 맞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보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형식적 아름다움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 게다가 영화 내내 쏟아지듯 등장하는 일본 서브 컬처의 흔적을 눈으로 좇으며 아타리의 모험을 정신없이 따라가게 될 것이다.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 <개들의 섬>은 해외 평단으로부터 아시아 인종에 대한 인식과 문화적 다양성을 편협하게 바라봤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