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일라> 슐레이만과 아일라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
2018-06-20
글 : 박지훈 (영화평론가)

1950년, 터키. 개미 한 마리도 함부로 죽이지 않는 성품을 가진 슐레이만 하사(이스마일 하지오글루)는 애국심으로 한국전쟁 파병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한국으로 향한다. 예상과 달리 전쟁이 일찍 끝나서 고향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지만, 중공군의 개입으로 폭격이 시작되고 전쟁은 계속된다. 그 후 대학살의 현장을 지나던 슐레이만은 수많은 시체들 속에서 한 아이(김설)를 발견하고 아이에게 달무리라는 뜻의 아일라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아이는 학살 당시의 충격으로 말을 못하지만, 슐레이만에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슐레이만과 부대원들은 난감해하면서도 아일라를 사랑으로 보살펴준다. 어느 날 게릴라의 공격으로 슐레이만은 부상을 입고, 한국군은 아일라를 데려가려 한다.

영화는 TV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는 참전용사 슐레이만의 실화를 바탕으로 보편적 인간애를 말하고 있다. 슐레이만과 아일라는 60년 전, 단지 몇년을 함께했을 뿐이지만 슐레이만에게 아일라는 자신의 딸이었고, 그래서 평생에 걸쳐 찾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다. 영화는 말도 통하지 않는 슐레이만과 아일라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세심하게 보여준다. 초반부의 전투 장면은 웅장하지는 않지만 긴박감이 느껴지는 데 반해, 중반부 이후부터 영화는 큰 갈등 없이 슐레이만의 일화들로 구성된다. 2018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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