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 사야카(다카하타 미쓰키)는 쳇바퀴 도는 일상에 조금씩 지쳐간다. 편의점 도시락과 맥주로 매일 저녁을 때우던 그녀는 집 앞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 도와준다. ‘물지 않고 교육 잘 받은 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남자 이츠키(이와타 다카노리)는 우여곡절 끝에 동거를 시작한 사야카에게 매일 정성스러운 한끼를 만들어준다. 머위밥, 달래파스타 등 제철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먹으며 사야카는 활기를 되찾고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법을 배운다.
무공해 힐링 로맨스, 소확행, 요섹남 등 몇 가지 키워드를 조합하면 비교적 선명하게 그려지는 그림이 있다. 연애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아리카와 히로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식물도감>은 일본 로맨스물의 전통적인 계보 아래 최근 유행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적재적소에 버무려 화사하게 옷을 갈아입은 영화다. 별다른 사건이나 극적 장치, 기발한 전개는 없지만 영화는 꽤 설득력이 있다. 전반적으로 화사하고 예쁜 화면들로 장식되어 있지만 내내 달달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아닌 시간들을 쌓아나가 결국엔 편안한 분위기로 엮어내는, 기교가 돋보인다. EXILE 멤버 이와타 다카노리는 사랑스러운 초식남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다카하타 미쓰키가 부족한 부분을 받쳐 절묘한 호흡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