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연기력 무엇? 할리우드를 이끌어갈 대세 아역 배우들
2018-06-21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유전>

북미 개봉 당시, 미국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100%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은 영화 <유전>. 그중 틱장애를 지닌 딸, 찰리 그레이엄 역을 맡은 밀리 샤피로의 섬뜩한 연기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대사는 매우 적지만 그녀는 독특한 마스크와 눈빛만으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2002년생의 밀리 샤피로는 <유전>으로 첫 장편 영화 데뷔를 한 배우다. 하지만 그녀는 2013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마틸다>에서 주인공 마틸다를 연기하며 미국 연극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히는 토니상을 수상한 배우기도 하다. <유전>의 아리 애스터 감독은 그녀에 대해 “당신이 만나게 될 가장 잘 훈련된 배우. 밀리의 연기는 정말 믿을 수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밀리 샤피로의 연기가 돋보였던 <유전> 외에도 최근 극장가에서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아역 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셨던 영화들이 종종 등장했다. 현재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은 나탈리 포트만, 니콜라스 홀트, 다코타 패닝 등의 배우들처럼 어린 시절부터 탄탄한 경력을 쌓고 있는 그들. 할리우드를 이끌어갈 대세 아역 배우들을 모아봤다.

밀리센트 시몬스 2003년생

<원더스트럭>, <콰이어트 플레이스>

<콰이어트 플레이스>

밀리센트 시몬스는 유아 시절, 잘못된 약물 복용으로 청각을 잃은 배우다. 그녀는 농아 학교에 입학, 연극부에 가입해 연기를 배웠다. 그러던 중 다른 두 시대의 소년, 소녀의 만남을 그린 영화 <원더스트럭>에서 소녀 로즈 역에 캐스팅돼 데뷔했다. <원더스트럭>은 <아임 낫 데어>, <캐롤> 등을 연출한 토드 헤인즈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 속 소년, 소녀는 각각 아빠, 엄마를 찾아 길을 떠나고, 둘 다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다. 밀리센트 시몬스는 <원더스트럭>으로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신인상 후보에 오르는 등 연기 호평을 받았다. 그녀는 <씨네21>과의 <원더스트럭> 관련 인터뷰에서 “자신의 능력을 한정하지 말고 도전하기 바란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원더스트럭>으로 성공적인 영화 데뷔를 한 그녀는 이후 외계 생명체와 가족의 사투를 그린 <콰이어트 플레이스>에 출연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시각 대신 청각이 매우 발달한 괴물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하는 가족의 이야기로, 밀리센트 시몬스는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첫째 딸 레건 역을 맡았다. 그녀는 자신의 실수 때문에 막냇동생이 죽었다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며, 때문에 부모님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오해하는 인물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참신한 소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제작비 1700만 달러(6월 20일 환율 기준, 약 188억 원)의 18배 이상인 약 3억 3250만 달러(3600억 원)를 거둬들이며 큰 흥행을 했다.

제이든 리버허 2003년생

<세인트 빈센트>, <알로하>, <그것> 등

<그것>

외할머니가 한국인으로 한국 혈통을 가지고 있는 제이든 리버허는 8세 무렵부터 아역 모델로 활동했다. 그리고 2014년, 아이와 노인의 우정을 그린 <세인트 빈센트>에서 주연을 맡으며 영화 데뷔했다. 이후 엠마 스톤, 브래들리 쿠퍼, 레이첼 맥아담스 등 쟁쟁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알로하>에 출연하는 등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갔다.

그가 국내 관객들에게 본격적으로 눈도장을 찍은 작품은 2017년 개봉한 <그것>이다. 광대 공포증을 소재로 한 <그것>은 <겟 아웃>과 함께 최근 할리우드에 불고 있는 호러 열풍을 이끈 영화다. 제이든 리버허는 친구들과 사라진 동생을 찾기 위해 ‘그것’에 맞서는 주인공 빌 역을 맡았다. 그는 <그것>에서 연약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동생을 찾기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쓰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다.

아미아 밀러 2004년생

<라이트 아웃>, <혹성탈출: 종의 전쟁> 등

<혹성탈출: 종의 전쟁>

리부트 <혹성탈출>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 <혹성탈출: 종의 전쟁>. <혹성탈출> 시리즈에서는 항상 주인공 시저(앤디 서키스)와 유대 관계를 가지는 인간이 등장했다. 1편에서는 그를 실험실에서 빼내어 돌봐준 윌(제임스 프랭코)이, 2편에서는 유인원과의 화합을 원하는 말콤(제이슨 클락)이 등장했다. 그리고 마지막 3편에서는 작은 소녀가 그 역할을 했다. <라이트 아웃>에서 주인공 레베카(테레사 팔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미아 밀러가 시저와 함께 다니는 소녀, 노바를 맡았다.

노바는 유인원과 인간의 전쟁의 계기가 된 바이러스로 인해 실어증에 걸리고 지능을 잃어가는 소녀다. 그녀는 쓰러져가는 판자촌에서 시저에게 발견돼 시저 일행과 함께 다니게 된다. 노바는 점점 퇴화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며 1968년 처음 등장한 <혹성탈출> 시리즈와의 접점을 만들어줬다. 아미아 밀러는 영화 속에서 거의 대사가 없지만 존재감만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시저를 연기한 앤디 서키스는 그녀를 “거짓으로 꾸밀 수 없는 순수함”이라 말하기도 했다.

노아 주프 2005년생

<원더>, <서버비콘>, <콰이어트 플레이스> 등

<원더>

앞서 소개한 밀리센트 시몬스와 함께 <콰이어트 플레이스>에 등장한 또 다른 아역배우 노아 주프. 그는 2017년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어기와 그 주위 인물들을 그린 <원더>로 처음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는 주인공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친구 잭을 맡았다. 잭은 어기를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착한 아이지만, 어기를 싫어하는 친구들에게 휩쓸려 어기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원더>는 주인공 어기뿐 아니라, 엄마, 아빠, 누나, 친구 등 여러 명의 관점이 오가는 형식의 영화이므로 잭의 입장과 생각에 대한 부분이 등장하기도 했다.

<원더>로 얼굴을 알린 노아 주프는 2017년 조지 클루니가 감독, 맷 데이먼, 줄리안 무어가 주연을 맡은 <서버비콘>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서버비콘>은 아내(줄리안 무어)를 죽이고 아내의 쌍둥이 처제(줄리안 무어)와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 남자(맷 데이먼)의 이야기로 노아 주프는 그의 아들, 니키를 연기했다. <서버비콘>은 제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노아 주프는 이 영화로 런던 비평가 협회상 아역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 밀리센트 시몬스와 함께 출연, 큰 성공을 거뒀다.

다프네 킨 2005년생

<로건>

<로건>

<혹성탈출: 종의 전쟁>과 함께 주인공의 완벽한 퇴장이라 불리는 영화 <로건>. <로건>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슈퍼히어로 울버린이 아닌 ‘로건’이란 한 사람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영화 속 로건은 오랜 시간이 지나 늙고 약해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정부의 눈을 피해 찰스 자비에/프로페서 X(패트릭 스튜어트)와 살아가지만, 자신의 DNA를 물려받은 로라가 등장하며 그녀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다프네 킨은 <로건>에서 로라를 연기하며 영화에 데뷔한 배우다. 그녀는 그저 말 없는 아이로 등장하지만, 이내 자신을 해치려는 이들이 나타나자 울버린의 상징인 ‘클로’를 꺼내며 강도 높은 액션 신을 보여준다. 울버린보다 유연하고 빠른 액션을 구사했다. 다프네 킨은 <로건>으로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등에서 신인상 후보에 오르고, MTV 영화제에서 휴 잭맨과 함께 최고의 콤비상을 수상했다. 휴 잭맨은 그녀를 “평소에는 아이 같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면 연기에 몰입하며 돌변한다”며 칭찬하기도 했다.

제이콥 트렘블레이 2006년생

<룸>, <원더> 등

(왼쪽부터) <룸>, <원더>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2015년 제작된 <룸>으로 많은 호평을 받은 배우다. <룸>은 괴한에게 납치돼 작은방에서 감금돼 살아야 했던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브리 라슨이 엄마 조이 역을 맡았으며,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아들 잭 역을 맡았다. 잭은 작은방에서 태어나 그곳이 세상의 전부라 생각하는 아이다. 하지만 이내 엄마와 탈출에 성공하고, 진짜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갑작스레 겪게 되는 혼란과 심리를 잘 표현했다. <룸>은 20개가 넘는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되고 수상했으며 브리 라슨,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그중 다수의 영화제에서 각각 여우주연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이후에도 쉽지 않은 캐릭터를 선택했다. 그는 <원더>에서 안면기형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 어기를 연기했다. 어기는 외출할 때는 항상 헬멧을 쓰고 다니는 소년이다. 그는 처음으로 헬멧을 벗고, 학교라는 곳에 가게 된다. 하지만 친구들의 놀림을 당하게 되고 좌절한다. <원더>에서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룸>과 마찬가지로 아이가 겪는 좌절과 슬픔을 잘 그려냈다. 호평을 받는 많은 아역 배우들이 ‘아이답지 않은 연기력’을 뽐냈다면,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룸>, <원더> 두 작품에서 아이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주목받는 아역 배우가 됐다.

브루클린 프린스 2010년생

<플로리다 프로젝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브루클린 프린스는 올해 만 8세로 앞서 소개한 아역 배우들 중 최연소 배우다. 그녀는 2017년 제작된 션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통해 데뷔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1960년대 집 없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실제 사업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는 빈민층의 빈곤, 양육 문제를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20개가 넘는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되고 수상하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씨네21> 김혜리 평론가는 별점 만점을 주며 “타인의 곤경을 동정하거나 착취하지 않는 휴머니즘의 예”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브루클린 프린스는 마땅한 직업은 없이 도둑질, 성매매 등으로 돈을 벌려 하는 엄마, 핼리(브리아 비나이트)와 살아가는 딸 무니를 맡았다. 무니는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항상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순진무구한 모습을 보여준다. 브루클린 프린스는 사랑스러우면서도 관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연기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그녀는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역대 최연소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눈물을 터트렸다. 그리고 수상소감으로 “세상에는 많은 핼리와 무니가 있다. 그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라며 영화가 시사하는 사회 문제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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