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나와 봄날의 약속> 추경엽 촬영감독 -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자유롭게 상상하는
2018-07-02
글 : 김소미
사진 : 최성열

지구 멸망을 앞두고 인간의 모습으로 위장한 외계인들이 4명의 평범한 사람들을 찾는 이야기인 <나와 봄날의 약속>은 옴니버스 단편마다 색깔을 달리하는 촬영과 조명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백승빈 감독과 추경엽 촬영감독이 네편의 이야기를 조금씩 간격을 두고 완성해나가는 동안, 추경엽 촬영감독은 “너무 선명하지 않은,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일관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첫 번째 단편 <한나>는 영화 전체의 문을 여는 이야기인 만큼 SF영화의 개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려는 시도가 깃들어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야누시 카민스키가 만든 <우주전쟁>(2005) 같은 미국 SF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던 동시에, “복고적인 감성”을 함께 표현하기 위해 고안해낸 방법이 시중의 필터 대신 검은 스타킹을 씌우는 것이었다. <한나> 속 하늘에서 유독 희미하게 빗금이 쳐진 듯한, 약간은 거친 질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추경엽 촬영감독은 이러한 시도의 연결선상에서 “고해상도 카메라에 대비하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한다. 8K 카메라까지 등장하며 기술이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요즘일수록, 오히려 영화적 질감을 위해 때때로 “기술을 상쇄시켜 정서를 찾아가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저예산 독립영화의 에너지를 담는 데 있어선 정공법을 택했다. <나와 봄날의 약속>은 현장 리허설을 통해 합을 맞춘 핸드헬드 카메라가 종잡을 수 없이 요동치는 작품이다. 추경엽 촬영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끊지 않고 담을 수 있는 롱테이크”와 “촬영의 즉흥성과 살아 있는 핸드헬드”의 자유가 가능한 독립영화의 미덕에 고개를 끄덕인다. 덧붙여 그에겐 “요즘 관객이 영화를 믿게 하려면 최대한 가까이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화두다.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기에 자연스레 영화계 입문을 꿈꾼 추경엽 촬영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1998)를 보다가 문득 스크린 바깥이 궁금해졌다. 무작정 카메라를 잡아야겠다고 결심한 그에게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만난 스승 황기석 촬영감독은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작업의 가능성을 깨우쳐준 은인이다. “에마누엘 루베스키가 촬영한 <투 더 원더>(2012)의 시네마틱한 풍경을 꿈꾼다”는 추경엽 촬영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프리 프로덕션 PT 자료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촬영 컨셉과 계획을 망라한 PT 자료를 만드는 게 추경엽 촬영감독의 습관이다. 언뜻 레퍼런스 이미지가 많을 것 같지만 오히려 빼곡한 줄글이 가득하다.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 상상해나가는 게 즐겁기 때문”이다. 그가 잠깐 보여준 <경주>의 조명 계획엔 주요 미술 중 하나인 춘화와 그 속에서 뽑아낸 메인 컬러들, 영화 장면에서 일관적으로 유지할 빛의 팔레트가 꼼꼼히 기록돼 있었다.

촬영·조명 2017 <나와 봄날의 약속> 2017 <천화> 2015 <시선 사이> 단편 2013 <하늘의 황금마차> 2012 <신의 선물> 조명 2016 <꿈의 제인> 2015 <섬. 사라진 사람들> 2013 <못> 2013 <경주> 2013 <시선> 2012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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