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를 추격하던 경찰이 차에 치여 쓰러졌다.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의 형사 한태주(정경호)가 정신을 차린 곳은 과거인 1988년이었고, 동명의 원작인 영국 <BBC>판의 샘 타일러(존 심)는 1973년에서 눈을 떴다. 정말로 과거인지, 무의식 속 환각에 빠졌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들은 구시대적 수사방식에 저항하고 또 적응하면서 경찰 업무를 수행한다. 원작이 성차별적인 말재간으로 마초성을 뽐내는 남자 형사들과 그들에 의해 성적 대상화가 되는 여성 경찰 애니 카트라이트(리즈 화이트)를 통해 70년대 경찰이 주인공인 장르물에 대한 향수와 비판적 시각을 함께 가져갔다면, 리메이크에서의 순경 윤나영(고아성)은 경찰서에서 주로 커피를 탄다. ‘미스 윤’이라 불리던 윤나영은 한태주가 팀에 합류하면서 프로파일링을 하고, 범인을 잡고, 현장에서 뛰기 시작한다.
윤나영은 남자 상사에게 특기가 발견되고, 가까스로 인정받고 성장하는 캐릭터일까? <라이프 온 마스>는 윤나영을 그렇게 보이도록 그렸다. 그런 연후에 “이미 경찰”인 윤나영이 범인을 잡은 후, 자신의 이름을 넣는 조서 작성까지 마무리하는 과정을 “할 수 있는 일”을 한 결과라고 하나하나 정정한다. 시대적 제약을 둔 설정 속에서 여성 캐릭터의 능력과 활약을 확장시키는 구조도 뒤집어보자. 뛰어난 능력에 높은 계급의 여성 캐릭터를 설정해놓고 활동 범위를 제한하는 현대 배경의 장르 드라마들이 숱하게 떠오른다. 이거 커피자판기 취급은 아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