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 최초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의 최전성기였던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후반은 물론 그 이전에도 수많은 흑인 여성 가수가 존재했다. 하지만 미국 사회에서 인종의 벽을 넘어 보편적인 사랑을 받은 흑인 여성 음악가는 드물었다. 휘트니 휴스턴이 풍미한 팝발라드와 댄스음악, R&B와 CCM(기독교 음악)의 공식은 ‘초대형 흥행’을 노리는 후배 음악가와 프로듀서들에게 하나의 기준이었다.
그의 말년은 초라했다. 영화 <보디가드> 사운드트랙 앨범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후, 모두가 좋아하는 팝 넘버 대신 R&B 곡을 짙게 시도한 《My Love is Your Love》(1998) 앨범이 전성기 끝자락이었다. 2012년 그래미 시상식을 하루 앞두고 마약 과다 복용에 따른 질식사로 사망했을 때는 아름답게 빛나던 흔적 대신 타블로이드 가십을 장식한 과거의 이름이 되었다. 하지만 모두 그를 잊지 않았다. 수많은 동료 음악가부터 대중까지 광범위한 추모 물결이 넘쳤다.
지금 다시 《The Bodyguard Original Soundtrack Album》을 듣는다. 1992년의 휘트니 휴스턴은 누구보다 당당하고 아름답게, 높고 또 낮은 음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사랑을 말한다. 수많은 패러디가 넘친 <i Will Always Love You>도 좋지만, 더 활기찬 <i’m Every Woman>과 <Queen of the Night>를 반복했다. 여왕은 잠들었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그의 청명한 목소리만큼은 온전하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