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트레일러 연출한 김강민 감독 - 내 세상을 구축하는 애니메이션의 기쁨
2018-07-09
글 : 송경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의 트레일러 제작을 맡은 김강민 감독은 실력 있는 스톱모션애니메이터다. 2016년 자그레브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3D 프린팅을 활용한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사슴꽃>으로 스페셜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는데, “기이하고 처참한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불안정하고 아름답게 담아낸 놀랍고도 혁신적인 작품”이라는 아드만 스튜디오 피터 로드 감독의 심사평은 조금의 과장도 없다. 김강민 감독은 큰 틀에서는 스톱모션에 매진 중이지만 그 표현방식과 재료, 질감은 매번 새롭게 접근하는 도전적인 창작자다. “스톱모션은 머리보다 몸으로 하는 작업이다. 재료를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아이디어를 얻곤 한다. 환경이 나를 어떤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재미있고 매력적이다. 매번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기쁨이 있다. 만져보지 못한 재료를 마주하면 ‘이걸 어떻게 애니메이션 세상 안에서 표현할까’ 고민을 하곤 하는데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때는 보람을 느낀다.” 삼성디자인교육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김강민 감독은 뮤지션 윈디시티의 뮤직비디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스톱모션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 “전공명이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인데 영상 작업을 겪으면서 모르는 사람들과 작품을 통해 소통하는 기쁨을 알게 됐다.” 이후 칼아츠로 유학을 떠날 땐 아무것도 모르고 영화전공을 선택했다. “사실 실사영화로 지원했는데 포트폴리오가 애니메이션밖에 없으니까 실험애니메이션을 권하더라.” 당시엔 상황에 따른 선택이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졌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혼자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세상을 내 손으로 구축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지금은 장편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짬짬이 진행하는 단편 작업 자체를 즐기고 있다. 작업을 하면서 나 자신의 정체성도 변화하는 걸 느낀다. <사슴꽃>을 시작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엮어낸 3부작을 구상 중이다. 언어적인 장벽을 넘어 작품으로 조금씩 나를 알려나가고 싶다.”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그는 유독 ‘즐거움’이란 단어를 자주 썼다. “이미 만드는 즐거움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아버렸다”는 그의 작품들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사슴꽃>의 캐릭터 인형

<사슴꽃>의 독특한 캐릭터 디자인에는 비밀이 있다. 유튜브로 직접 배워 제작하다보니 당시에는 저 정도의 표현이 한계였다고 한다. 하지만 때로 매혹적인 캐릭터는 열악한 상황 덕분에 태어난다. 투박한 입방체의 형태는 어린 시절 상처받는 심리를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는 개성으로 승화됐다. “실제 나의 어릴 적 모습으로 만든 캐릭터다. 대학에 강의를 가거나 해외 여행을 갈 때도 자주 함께 간다. 이 인형들과 함께 있으면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2018 <점>(단편) 2015 <사슴꽃>(단편) 2011 <38-39 °C>(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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