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애나(니콜 키드먼)와 아들, 딸과 평온하게 살고 있는 외과의사 스티븐(콜린 파렐)은 소년 마틴(배리 케오간)에게 비싼 시계를 선물한다. 그 후 마틴의 스티븐에 대한 집착은 점점 커져간다. 마틴은 수시로 스티븐에게 연락하고 스티븐이 일하는 병원으로 불쑥 찾아온다. 그런 마틴이 불편해진 스티븐은 마틴을 점점 멀리한다. 어느 날 마틴의 아들 밥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하체마비로 병원에 입원하고, 스티븐을 찾아온 마틴은 스티븐이 수술 중에 과실로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으므로, 자신도 스티븐의 가족 중 한명을 죽이겠다는 말을 한다. 스티븐의 가족들이 첫 단계는 사지마비, 두 번째는 거식증, 세 번째는 눈에서 피가 난 다음, 세 번째 단계에서 몇 시간 뒤 죽게 될 것이며, 누굴 죽일지 한 사람을 선택하지 않으면 모두 죽을 거라고 말한다. 스티븐은 이 말을 믿지 않지만, 밥의 거식증이 시작되고, 딸 킴마저 원인 모를 하체마비로 입원한다.
<더 랍스터>(2015), <송곳니>(2009)를 감독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스티븐과 마틴은 연인 관계처럼 보이는데, 중반부 이후 마틴의 복수가 시작되며 관객은 전반부를 다시 복기하게 된다. 영화는 현대인의 속물근성, 육체에 대한 페티시적 집착, 그리고 가부장 질서의 모순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이 점에서 <송곳니>를 닮았는데, <송곳니>가 그러하듯 인물들을 하나의 상징으로, 비유로 이해할 때 영화의 의미는 더욱 풍성해진다. 감정이 없는 인물들은 너무 합리적이기에 오히려 비합리적인 것처럼 보이고, 영화는 관객이 납득할 만한 논리적인 이유로 구성되어 있지 않기에 관객에게 마치 어떤 전설들이 그러하듯 불쾌함을 주기도 한다. 이 전설 같은 영화는 과학과 합리성이라는 현대의 신화 속에 살고 있는 관객을 그 바깥으로 내던진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