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오카다 마리 감독 - 순수하지만 오래 남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2018-07-19
글 : 김소미

말을 잃은 외톨이 소녀의 이야기인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2015), 히로세 스즈 주연의 10대 로맨스 <선생님!.. 좋아해도 될까요?>(2017)의 각본가로 이력을 넓히기 전부터 오카다 마리 감독은 일본 TV 애니메이션계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인기 각본가였다. 영원히 늙지 않는 전설 속 종족인 마키아가 인간의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아픔을 담은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이하 <이별 아침>)에서도 팬들이 사랑하던 취향은 여전하다. 유약한 외양 너머 굳세게 자리한 선한 마음, 천진한 동시에 우수에 찬 얼굴들이 모인 이 세계의 나침반은 언제나 가슴 벅찬 성장 서사로 향한다.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면 세계가 나타난다”고 믿는 오카다 마리 감독을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감독 데뷔를 하게 됐다.

=P.A.WORKS의 호리카와 겐지 사장과 잡담을 나누던 중 “오카다 마리 100%의 작품을 보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각본가는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의 선두 타자다. 자기 작업이 끝나면 녹음 때까지는 현장에 관여할 일이 거의 없다. 연출이나 작화, 음악 등 각본 설계가 잘 조합된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직책은 감독뿐이라고 생각했다.

-P.A.WORKS는 섬세하고 서정적인 작화로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다. TV 애니메이션계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돈독한 관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성작가로 참여한 <트루 티어스>(2008)로 처음 만난 이후 내게는 친정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화려한 애니메이션은 분명 그 순간에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다. 하지만 P.A.WORKS의 작품처럼 수수해도 소중하게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야말로 긴 시간 사람들의 마음에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간 청춘, 연애물에서 건담물에 이르기까지 작가로서 매우 폭넓은 활동 반경을 보여줬는데, <이별 아침>에서 중세시대가 배경인 판타지 장르를 택한 이유는.

=세상 모든 부분에 사람의 손길이 닿는 이야기로는 생생하고 적나라한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할 것 같더라. 아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설정으로 끌고 나가야 오히려 진실된 마음이 드러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신화와 전설, 시간과 기억에 대한 테마를 장대하게 다루는 일본 판타지 애니메이션 특유의 매력도 있는 것 같다.

=심야 TV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현실적인 설정의 작품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대한 테마의 작품은 주로 극장용이라 늘 동경했던 것 같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학은 실용적이지 않은 이야기에도 공을 들이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언뜻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것을 열심히 그리는 것, 그런 태도가 깊이를 만드는 게 아닐까.

-특히 10대 중반의 외모로 수백년을 살아가는 요르프족과 그들이 짜는 천 히비오르에 투명한 메시지가 새겨진다는 점이 흥미롭더라.

=오랫동안 그리고 싶었던 소재였다. 어린 외모로 긴 시간을 산다는 세계관을 꾸리는 동안 ‘그들은 어떻게 생계를 꾸려갈까?’, ‘그들의 존재는 이 세계에 무엇을 초래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긴 수명은 역사의 산증인으로서의 측면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고, 문자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천에 새겨 넣는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주인공 마키아가 자신의 모성을 발견하고 다뤄나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축으로 작동한다.

=누군가와 강하게 연결되고 싶은 마음을 그리고자 했다. 그러자 역시 어머니와 자식이라는 소재가 떠올랐다. 사람들에겐 저마다 지키고 싶은 존재가 있고, 그 존재가 자신을 만들어간다.

-지난해 출간한 자서전 <학교에 가지 못했던 내가 ‘아노하나’와 ‘고코사케’를 쓰기까지>을 통해 어머니와의 관계, 은둔형 외톨이였던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밝게 풀어냈다. <이별 아침>에서 만든 이의 경험이 연상되는 지점도 있었다.

=보통 어떤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3년간 계속 이 작품과 함께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감정이 따라갔다. 사실 마키아는 내가 동경하는 쪽에 가깝고, 작업 초기 단계에서는 숲속에서 마키아에게 발견되는 아이 아리엘에게 내 어린 시절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자서전을 바탕으로 9월에 방영되는 일본 드라마의 각본을 직접 담당하기도 했는데.

=드라마에서는 내 이름을 사카타 아키코로 바꿨다. 할아버지가 지어주고 싶어 했던 이름이다. 다음 감독작을 준비한다면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

사진 미디어 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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