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Bifan’은 2009년에 개설된 온라인 카페다. 나 홀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를 즐기던 사람들이 흥분된 마음을 나누기 위해 모인 동호회다. 가입 조건은 없다. 그저 공포영화를 보면서 웃으며 닭다리를 뜯을 수 있으면 된다. 지난해엔 단체 티셔츠도 맞췄다. 티셔츠를 맞춰 입고 하루에 적게는 3~4편, 많게는 7~8편의 영화를 봤다. 1년에 단 10일. BIFAN이 열리는 7월. 이들은 영화제 기간에 맞춰 일부러 부천 출장을 자원하거나, 길게 여름휴가를 내거나, 운영하는 가게를 잠시 직원들에게 맡기고 부천으로 향한다. ‘나홀로 Bifan’의 프루프루는 말했다. “여름에 해수욕장을 가본 적이 없다. 7월엔 부천에 가야 해서 바다는 겨울에 간다.” 붕붕은 말했다. “BIFAN은 나에게 주는 휴가이자 선물 같은 영화제다.” 그들의 시계는 BIFAN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카페 ‘나홀로 Bifan’ 및 자기소개
=대그니_ ‘나홀로 Bifan’ 카페 매니저로, 대전에 살고 있는 회사원이다. 2009년에 카페를 개설했으니 어느덧 올해로 10주년이 됐다. 2009년 이전에는 혼자서 BIFAN을 보러 다녔다. 영화제에서 영화 보고 혼자 김밥천국에서 밥을 먹는데 옆에서 대여섯명이 함께 밥 먹으면서 영화 얘기를 하더라. 나도 내가 본 영화에 대해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어졌다. 집에 와서 혹시 BIFAN과 관련된 모임이 있나 싶어서 검색해보니 오래전에 문을 닫은 카페가 있었다. 그래서 직접 온라인 카페를 개설했다. 현재 회원 수는 150명 정도고 실질적으로 모이는 회원은 30~40명 정도다.
=프루프루_ 11회 BIFAN 기획전 ‘마스터스 오브 호러’를 통해 공개된 미이케 다카시의 단편 <임프린트>가 나의 첫 부천 영화다.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한 고문 장면에 남들은 눈을 가리고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웃으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이후 매년 BIFAN에 참여했다. 현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영화제 기간에 가게 문을 닫는 건 아니고 직원들에게 가게를 맡기고 영화를 보러 간다.
=더미_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나홀로 Bifan’ 카페는 2010년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영화 리뷰를 쓰면서 장르 마니아로 활동했다. ‘나홀로 Bifan’ 회원들은 1년에 딱 10일 영화제 기간에만 만난다. 매년 7월이 되면 회원들이 동면에서 깨어나기 시작한다. 좀비처럼 스멀스멀 기어나와 카페 활동을 시작한다. 영화제가 끝나면 카페가 조용해지는데, 별다른 기약이 없어도 매년 7월이면 그렇게 또 만난다. 사실 오늘 처음 서로의 이름을 알았다. (웃음)
=붕붕_ ‘나홀로 Bifan’ 카페 부매니저다. 매년 영화제 라인업이 뜨면 상영작 정보와 예고편을 카페에 올린다. 그러다가 2년 전부터 부매니저로 활동하게 됐다. 프루프루님의 소개로 2008년에 처음 BIFAN에 갔다. 집에서 혼자 즐기던 공포영화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과 같이 보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는 게 그렇게 즐거운 경험인 줄 그전에는 몰랐다. 호러영화를 좋아하지만 진짜 피는 한 방울만 봐도 기겁하는 심성 약한 평범한 40대다.
대그니_ 참고로 카페 회원의 남녀 성비는 남자가 8, 여자가 2 정도 된다.
올해 내가 예매한 영화들
프루프루_ 심야상영 마니아로서 심야샹영을 가장 먼저 예매했다. 사실 심야상영은 급하게 예매를 안 해도 되는데 선호하는 자리가 있어서 서둘렀다. 예매를 할 땐 프로그램 책자를 보면서 나의 ‘촉’을 따른다. 올해 사전 예매한 영화는 인도영화 <맘>, 타이 옴니버스영화 <새벽 3시>, 강지영이 나오는 <킬러 그녀>, <유바리판타스틱영화제 콜렉션> 등 10편 정도다. 현장 예매도 많이 한다. 촉이 좋은 편이라 거의 실패하지 않는다. (웃음) 그렇게 해서 매년 영화제 때 평균 30편쯤 본다.
대그니_ 나도 심야상영을 제일 먼저 예매했다.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2010)를 연상시키는 복수극 <리벤지>, 선댄스영화제의 화제작이자 금지구역 최고 기대작 <맨디>, 예전부터 익히 들어온 고전 호러영화 <지옥 인간>(1986), <유바리판타스틱영화제 콜렉션> 등이 기대작이다. 총 27편을 예매했다.
더미_ 올해는 소박하게 11편을 사전 예매했다. 기대작은 역시나 <맨디>와 <리벤지> 그리고 <카니발 클럽>이다. <맨디>와 <카니발 클럽>은 예고편만으로도 ‘이거야’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프랑스 장르영화 <리벤지>는 지난해 BIFAN의 화제작이었던 <로우>(2017)의 여운에 힘입어 고민 없이 예매한 영화다. 내게 프랑스 호러영화는 꼭 챙겨봐야 하는 필수 코스다. 아무래도 파스칼 로지에 감독의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2008)의 영향이 크다. 그리고 사가와 잇세이라는 식인 살인마에 대한 다큐멘터리 <카니바>, 스타일리시하다는 얘기를 들은 <세 친구>도 기대 중이다.
붕붕_ 올해 첫 예매작은 <유바리판타스틱영화제 콜렉션>이다. 개인적으로 김종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데, 김종관 감독이 연출한 박효신의 뮤직비디오 <별 시>도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오프 더 스크린>에서 상영되더라. JTBC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에서 소개됐던 임필성 감독, 이경미 감독의 단편도 같이 상영하는데 이들 영화를 스크린으로 보고 싶어서 예매했다. 또 고전 호러영화들인 <공포의 휴가길>(1977), <뱀파이어>(1985), <마틴>(1978), <지옥 인간> 등도 예매했다.
올해 상영작이 공개됐을 때 든 생각
대그니_ 7~8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영화제 라인업 공개 전부터 흥분돼서 개막식 전날까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무뎌진 건지, 상영작이 문제인 건지, 라인업이 공개돼도 감흥이 예전 같지 않다. 전에는 프로그래머가 “밖에 앰뷸런스를 대기해놨다”고 미리 말할 정도로 충격적인 영화들이 있었다. 영화 보고 토하고 기절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요새는 그만큼 하드고어한 영화들은 없는 것 같다.
붕붕_ 대그니님과 비슷하다. 예전에 비해 구미를 당기는 호러영화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런 영화들이 점점 만들어지기 힘든 환경인지는 몰라도, 메이저 영화사에서 제작한 퀄리티 높은 호러영화들을 많이 보고 싶다.
프루프루_ 갈수록 일본 B급 고어물은 찬밥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천의 단골이었던 이구치 노보루 감독과 니시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영화들이 그립다. 장르와 국적이 다양해지는 건 좋은 현상이지만 일본 B급 고어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도쿄 잔혹 경찰>(2008)이나 <데드 스시>(2012)처럼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가벼운 고어물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
붕붕_ 올해 특별전 ‘3X3 EYES: 호러 거장, 3인의 시선’에서 1970~80년대 호러영화들을 상영하는 건 반갑다. 어렸을 땐 공포영화를 보다가 기절하기도 했는데, 그때 못 본 영화들을 이번에 드디어 다시 볼 수 있겠구나 싶어서 기대하고 있다.
더미_ 항상 그렇지만 상영작이 공개되는 날은 기대감으로 가득 찬다. 무슨 영화를 볼까, 어떻게 스케줄을 짤까 행복한 고민을 한다. 그와 더불어 이런 영화도 상영하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올해도 기대감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눈에 띄는 아시아영화가 없는 건 아쉽지만 한국영화가 지난 해에 비해 대거 포진했고 미국이나 유럽영화의 비중이 늘어나서 영화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BIFAN을 향한 비판과 칭찬
대그니_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점점 부천만의 색깔을 잃어버리는 것 아닌가 싶다. 과거엔 정말 소름끼치게 무섭고 기괴하고 엽기적이며 그로테스크한 영화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올해 칭찬하고 싶은 건 상영관 동선을 지난해보다 편하게 해줬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상영관의 이동 거리를 최소화해주면 좋겠다.
붕붕_ 올해 ‘비판홀릭 RED 카드’가 없어졌다. 비판홀릭 RED 카드를 사면 영화제 기간에 매일 4편의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사전 예약은 안 되고 현장 예매만 할 수 있어서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했지만 우리 같은 관객에겐 아주 꿀이었다. 그런데 이 좋은 혜택이 사라지면서 티켓 비용 부담이 늘어났다.
프루프루_ 선착순 100명 한정 카드였는데, BIFAN의 규모를 생각하면 100명의 BIFAN ‘홀릭’들을 위해 그 정도의 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하나 싶다.
대그니_ 예전엔 영화제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자유게시판도 없어졌다.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할 텐데, 자유게시판을 없앤 건 소통의 통로를 차단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더미_ 물론 자유게시판에서 괜히 문제 만들고 공격하는 ‘빌런’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런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관객과의 소통 창구를 막은 건 이해되지 않는다. 지금은 1:1 게시판만 운영하고 있다.
더미_ 수도권에서만 영화를 보러 오는 게 아닌데, 관객 숙소가 없는 것도 아쉽다. 영화제의 주인은 관객이라고 생각한다. 1회부터 BIFAN을 즐긴 것은 아니지만 중간에 크고 작은 잡음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BIFAN을 사랑하는 관객이 있다. 아시아 최대의 판타스틱영화제라는 타이틀을 갖기까지 관객이 많은 기여를 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고, 상상력의 극한을 보여주는 참신하고 멋진 장르영화들을 매년 꾸준히 공개해줬으면 한다.
나만의 BIFAN 즐기기 꿀팁
대그니_ 영화가 재밌으면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다. 그날 본 영화에 따라서 하루의 기분이 좌우된다. 영화가 재미없으면 그날 하루가 축 처지고 영화가 좋으면 하루 종일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영화제를 잘 즐기려면 영화를 잘 골라야 한다.
더미_ BIFAN의 꽃은 심야상영이다. 심야상영이 BIFAN을 가장 화끈하게 즐길 수 있는 이벤트인 것 같다. 체력이 받쳐준다면 부천에서 꼭 심야상영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프루프루_ 심야상영을 봤다가 다음날 일정을 망치기도 한다. 심야상영을 볼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다음날 일정을 고려하면 중간중간 재미없는 영화를 건너뛸 필요가 있다. 영화가 좀 재미없다 싶으면 과감히 포기하고 잠을 자는 식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면 좋다.
붕붕_ 개막부터 폐막까지 영화제에 오래 머물면서 많은 영화를 보고 싶다면, 그런데 숙박이 고민이라면 저렴한 고시텔을 추천한다. 집에서 부천까지 오가는 시간들이 아까워서 나도 종종 고시텔을 이용한다.
대그니_ 다시 한번 관객 숙소의 필요성을 느낀다!
프루프루_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인지 차후에 개봉하는 영화인지 살펴본 다음, 부천이 아니고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영화들을 예매한다. 관객과의 대화(GV)가 있는 영화도 꼼꼼히 체크한다. 영화도 즐기고 감독과 배우도 만나고, 운이 좋으면 그들과 같이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다양한 GV는 영화제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쁨 중 하나다.
대그니_ 금지구역 섹션의 영화들도 부천이 아니면 만나기 힘들다. 그런 것 때문에 BIFAN에 꽂힐 수밖에 없다.
프루프루_ 평균적으로 극장에서 한달에 한두편 정도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그런데 부천에서는 하루에 7~8편까지 몰아서 본다. 부천에선 오로지 영화에만 몰입할 수 있고, 내가 보고 싶은 영화만 몰아서 볼 수 있다. 예전엔 시체스영화제가 있는 스페인이 부러웠고 유바리판타스틱영화제가 있는 일본이 부러웠는데 지금은 BIFAN이 있어서 부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