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액션의 상징 첩보 영화 시리즈 속 남성 스파이들
2018-07-20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7월16일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 톰 크루즈 등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의 주역들이 내한했다. 톰 크루즈는 이번 내한이 무려 9번째 내한이다. 그는 기자 간담회에서 대역 없이 직접 위험한 스턴트 액션을 하는 이유에 대해 “For You!”(여러분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또한 “할 수 있는 한 영원히 <미션 임파서블>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1996년 1편 개봉 이후 지금까지 6편의 영화가 제작되며 매우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주인공, 에단 헌트(톰 크루즈) 역시 스파이 액션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됐다. 하지만 영화 속 유명 스파이가 에단 헌트 한 명뿐일까. 다시 돌아온 에단 헌트를 만나기 전, 그를 포함해 유명 첩보영화 시리즈에서 등장한 스파이들을 모아봤다.

<007> 시리즈 / 제임스 본드

<007> 50주년 기념 포스터

‘스파이 영화’를 거론할 때, <007> 시리즈를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007> 시리즈는 이안 플레밍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실제 냉전 시대인 1962년 <007 살인번호>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007> 시리즈는 현재까지 총 24편이 제작됐으며, 첩보 영화의 역사와도 같은 영화다.

그 긴 세월만큼 주인공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배우도 많다. 무려 6명이다. 영화 속 제임스 본드는 기본적으로 엘리트 요원, 말끔한 정장 차림, 가만히 있어도 여성들이 꼬이는 마성의 매력 등의 설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6명의 배우마다 본드를 표현하는 방법은 꽤 큰 차이를 보였다. <007> 시리즈는 한 캐릭터가 아닌 각각의 배우들과 그들이 연기한 제임스 본드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1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007> 시리즈의 초석을 닦은 인물이다. 앞서 소개한 영화 속 제임스 본드의 기본적 이미지는 그가 구축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매력적이며 마초적인 성향의 제임스 본드는 그로부터 비롯됐다. 술, 담배를 입에 달고 살며 늘 여유로운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계급 사회가 남아있던 1960년대 초, 원작 작가인 이안 플레밍은 노동자 계급의 숀 코너리가 엘리트 요원 제임스 본드를 맡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그를 인정할 만큼 숀 코네리는 멋진 제임스 본드를 완성했다.

다섯 편의 <007>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끈 숀 코너리 이후, 조지 래젠비가 2대 제임스 본드를 맡았다. 그의 제임스 본드는 숀 코너리에 비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줬다. 그가 출연한 6편 <007 여왕 폐하 대작전>(국내 개봉 당시 제목은 <007과 여왕>)도 전작들과는 달리 비극으로 끝나는 등 다른 분위기를 취했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그의 제임스 본드보다는 익숙한 숀 코너리의 제임스 본드를 더 높게 평가했다. 또한 영화의 제작사 역시 제작 당시부터 그에게 숀 코너리를 따라 하기를 원했다. 결국 조지 래젠비는 제작사와의 마찰로 단 한 편의 <007> 영화만을 남긴 채 시리즈에서 하차했다.

로저 무어는 7편의 <007> 영화에 출연하며 가장 많고, 길게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다. 그의 제임스 본드는 전작들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그는 기존의 마초남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밝은 이미지를 구축하며 유머스러운 면모를 많이 보여줬다. 또한 과격하고 화려한 액션이 아닌 정적이고 절도 있는 액션을 구사했다. 로저 무어는 제임스 본드의 대표 이미지 중 하나인 영국 신사 이미지를 더 짙게 표현했다. 로저 무어는 2017년, 향년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숀 코너리, 다니엘 크레이그 등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던 여러 배우들이 애도의 뜻을 표했다.

티모시 달튼은 로저 무어의 제임스 본드에서 다시 한번 이미지 변신했다. 그의 제임스 본드는 역대 제임스 본드 중 가장 날카롭고, 차가운 모습을 보여줬다. 유머스럽고 능글맞은 모습이 대폭 줄어들었고, 무뚝뚝하고 냉혹한 면모가 부각됐다. 무기 역시 주로 작은 권총을 사용하던 전대 제임스 본드들과 달리, 소총으로 상대를 저격하는 등 킬러다운 설정이 강해졌다. 또한 거의 무적에 가까웠던 이전과는 달리, 만신창이가 돼 도망치는 등 현실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매번 새로운 제임스 본드가 탄생할 때마다, 그 이미지는 이전의 반대로 향하는 듯하다. 5대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은 가장 차가웠던 티모시 달튼의 본드와 반대로 가장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유머스러웠던 로저 무어와는 또 다르게, 특유의 여유 넘치고 능글맞은 모습이 극대화했다. 이는 <레밍턴 스틸> 등의 작품으로 고착화됐던 피어스 브로스넌 캐릭터 자체의 영향이 컸다. 그는 매너 있고 능글맞은 영국 신사에 가장 부합되는 제임스 본드를 만들었다.

가장 최근의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 그는 캐스팅 당시부터 “금발의 제임스 본드는 있을 수 없다”는 우려를 들으며 미스 캐스팅 논란을 겪었다. 하지만 그의 첫 <007> 영화, <007 카지노 로얄>이 시리즈 사상 최대의 흥행을 거두며, 그는 성공적인 제임스 본드로 인정받았다. 그의 제임스 본드는 1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와 유사하면서도 특유의 포스를 뿜어내며 우려를 잠재웠다. 또한 <007 카지노 로얄> 자체도 원작 소설을 크게 반영하여, 정통 첩보물이란 호평을 받았다. 이후 <007 퀀텀 오브 솔러스>, <007 스펙터>는 혹평을 받았지만, 그 사이의 <007 스카이폴>이 큰 호평을 받았으며 현재 다니엘 크레이그는 10년 넘게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 에단 헌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007> 시리즈 다음으로 오랜 시간 이어지고 있는 첩보영화다. 전체 시리즈의 기간은 <007> 시리즈가 압도적인 길지만, 오랜 시간 스파이 연기를 한 배우를 말하자면 톰 크루즈가 첫 번째다. 톰 크루즈는 1996년 <미션 임파서블>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23년째 6편의 시리즈에서 에단 헌트를 연기하고 있다.

에단 헌트는 미국의 첩보 조직 IMF에 소속된 요원이다. 무술은 물론, 무기 조작, 변장 등 스파이 활동에 필요한 온갖 기술들은 고루 갖춘 인물이다. 또한 에단 헌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곡예에 가까운 액션이다. 특히 그의 액션은 인물 간의 액션이 아닌, 공간을 이용한 액션이다. 줄 하나에 매달려 한 뼘도 되지 않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액션은 <미션 임파서블>의 상징이 됐다.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그는 맨몸으로 두바이 고층 빌딩을 오르며,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는 맨몸으로 비행기 외부에 매달린다.

<본> 시리즈 / 제이슨 본

<본 얼티메이텀>

<본> 시리즈는 주로 시각적 화려함으로 승부했던 이전 첩보영화들과 달리, 리얼리즘을 극대로 끌어올린 영화로 유명하다. 또한 독특한 촬영기법과 신선한 스토리로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긴박함을 주기 위해 일부러 카메라를 흔드는 세이키 캠을 빈번히 사용했으며, 기억상실증을 소재로 액션 영화지만 스릴러적 요소를 살렸다.

<본> 시리즈의 주인공 제이슨 본(맷 데이먼)의 캐릭터 역시 이러한 영화의 결을 반영했다. 제이슨 본은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시각적 요소의 거품을 빼버렸다. 그는 멋진 수트보다 늘 후줄근한 옷으로 적들을 상대한다. 겉모습만 보자면 스파이보다는 강력계 형사에 어울리는 이미지다. 액션에서는 스파이를 넘어 인간병기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최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제임스 본드, 에단 헌트와 달리 맨손, 잡지, 수건 등으로 사람을 죽인다. 또한 그만큼 밀도 있는 근거리 액션을 자랑한다. 제임스 본드와는 달리,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순애보를 보이기도 한다.

<본> 시리즈는 2007년, <본 얼티메이텀>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2012년 제이슨 본 대신 애런 크로스(제레미 레너)란 캐릭터가 등장하는 <본 레거시>가 개봉했다. <본 레거시>는 제이슨 본이 등장하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제목에 ‘본’을 넣은 것 등의 이유로 가짜 취급을 받으며 혹평을 받았다. 2016년 다시 제이슨 본을 주연으로 한 <제이슨 본>이 제작되며 시리즈의 정식 부활을 알렸다.

<킹스맨> 시리즈 / 해리, 에그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본> 시리즈가 <007> 시리즈에 정면으로 반한 작품이었다면, <킹스맨> 시리즈는 <007> 시리즈에 대한 경외를 강하게 담은 작품이다. <킹스맨> 시리즈의 해리(콜린 퍼스), 에그시(태런 에저튼)는 <007>의 배경인 영국의 스파이다. 또한 정장, 구두, 우산 등 이른바 영국 신사들의 아이템을 적극 활용, <007> 시리즈가 이룩한 영국 스파이의 이미지를 투영시켰다. 또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포스터는 <007 유어 아이즈 온리>의 포스터를 오마주 했다.

<007>과 <킹스맨> 시리즈의 다른 점도 있다. 영화의 분위기다. <킹스맨>은 굉장히 코믹한 톤이다. R 등급의 잔인한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만, 머리가 폭죽처럼 터지는 등 과장된 연출을 맛깔나게 사용했다. 해리와 에그시의 모습에서도 첩보물의 과거와 현재, 두 가지를 확실히 담아냈다. 에그시는 자유분방하며 틀에 갇히지 않은 청년이다. 반대로 해리는 진중하고 클래식한 면모를 한껏 풍긴다. 이처럼 <킹스맨>은 캐릭터를 통해 과거 첩보영화에 대한 경외와, 재기 발랄하고 트렌디한 첩보영화의 모습을 모두 담았다. 결과적으로 1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평단과 흥행 두 마리 토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2017년 개봉한 <킹스맨: 골든 서클>은 전작만큼의 호평은 받지 못했지만 흥행 면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뒀고, 현재 3편이 제작 중이다.

<트리플X> 시리즈 / 샌더 케이지

<트리플 엑스 리턴즈>

<분노의 질주>의 이미지가 강한 탓일까. <트리플X> 시리즈의 주인공, 샌더 케이지(빈 디젤)은 영화 속 스파이로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미국 NSA(미국 국가안보국)로부터 요원직을 부여받은 엄연한 스파이다. 그가 스파이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영화의 설정과 캐릭터의 성격 때문이다. 코드명 트리플 엑스, 샌더 케이지는 얼떨결에 스파이가 됐다. 또한 스파이가 됐다고 순식간에 냉철한 킬러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는다.

그는 늘 해왔던 것처럼 즉흥적이며, 비밀 요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자유분방한 못습을 보여준다. 그의 외관에서 오는 분위기도 한몫한다. 보디빌더 못지않은 커다란 근육, 두 팔을 휘어감은 문신, 그것들을 전혀 숨기지 않는 민소매 티셔츠. 모습만 보면 요원이 아니라 랩퍼나 갱스터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트리플X>는 캐릭터의 특성에 알맞게 영화 자체도 첩보물보다는 액션물에 훨씬 치중한 모습을 보였다. 첩보는 단순한 소재에 그칠 뿐, 빈 디젤의 거침없는 익스트림 스포츠, 스턴트 액션이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캐릭터, 영화의 색 때문에 <트리플X>는 첩보물로 분류되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가 선보이는 시원한 액션만큼은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았고, <트리플X>는 큰 흥행을 거뒀다. 이후 샌더 케이지가 등장하지 않는 <트리플X 2: 넥스트 레벨>이 전편에 비해 혹평을 받으며 미미한 흥행을 거둔다. 또한 빈 디젤이 다시 합류해 2017년 개봉한 <트리플 엑스 리턴즈> 역시 좋지 못한 평을 받았다. 중국에서는 큰 흥행을 거뒀으며, 이에 힘입어 현재 빈 디젤이 그대로 출연하는 4편이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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