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더 스퀘어> 현대인들의 위선과 이중적인 태도
2018-08-01
글 : 송경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하되 행동하지 않는다. 혹은 생각하는 것만으로 이미 행동했다고 착각한다. <더 스퀘어>는 현대인들의 위선과 이중적인 태도를 냉소적으로 꼬집는다. 스톡홀롬 현대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티안(클레에스 방)은 새로운 프로젝트 ‘더 스퀘어’를 준비 중이다. ‘더 스퀘어’는 사각형의 구역 안에서 서로를 보살피고 도와주자는 프로젝트로 타인에게 무관심한 현대인의 성찰을 유도한다. 그런데 전시 준비로 정신없는 크리스티안에게 연이어 문제가 일어나며 그의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이중성은 일상 전반으로 확산되기 시작한다. 노숙자를 도와주다가 지갑과 핸드폰을 소매치기당하고 이를 되찾기 위해 정신이 팔린 사이 협력업체의 노이즈 마케팅을 컨트롤하지 못해 사퇴 압력까지 받는다.

신뢰와 배려의 안식처 ‘더 스퀘어’ 바깥에선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영화는 길거리에 쓰러진 노숙자를 외면한 채 이웃을 구하자는 피켓을 든 구호단체, 난민의 불행을 상품화하는 마케팅업체 등 일상 곳곳에서 발견되는 사람들의 이중적인 인식과 무의식적 행동들이 차례로 선보이며 ‘더 스퀘어’의 영역을 실제 삶까지 확장하고자 한다. 전시기획자 크리스티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민자 여인에게 음식을 나눠주려다 양파를 빼달란 소리에 빈정이 상하고 난민들을 믿지 못해 직접 대면하는 걸 꺼린다. 그런 크리스티안이 우연히 난민의 도움을 받은 후 점차 인식의 변화를 겪는 과정은 평범한 이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도덕적 인간이 왜 비도덕적인 사회 안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지를 드러내는 상황들이 냉소를 동반한 유머와 함께 지속적으로 제시된다. 난민을 향한 유럽의 이중적 태도를 유럽 내부의 시선으로 그려낸 날카로운 블랙코미디다. 70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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