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 배우 안도 사쿠라 - 문득 가족이 되었다
2018-08-02
글 : 이화정 |
<어느 가족> 배우 안도 사쿠라 - 문득 가족이 되었다

“낳으면 다 엄마가 됩니까!” 버려진 아이를 거두어들인 ‘죄’로 유괴범으로 몰린 노부요는 취조실에서 이렇게 항변한다. 피를 나눈 진짜 가족이 아닌, 만들어진 가족. 이 가난한 가족의 역할극에서 안도 사쿠라는 엄마의 자리에 서고,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이를 정말로 사랑하는 엄마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영화에서 새롭게 경험하는 이 강한 감정의 정체는, 그와는 첫 작업으로 합류한 배우 안도 사쿠라로 인해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일상 속 하라 세쓰코와 같이 앞으로 그녀가 고레에다 영화의 한 기류를 형성하지 않을까. 아침 드라마 <만복>의 촬영으로 바쁜 그녀에게 서면 질문지를 보냈다. 안도로부터 날아든 따뜻하고 반가운 답변을 공개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는 첫 작업이다.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고레에다 감독과 길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 계기였다. 그때는 영화 출연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몇 개월 뒤에 정식으로 출연 제안을 받았다. 감독님이 후에 우스개로 그렇게 길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캐스팅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고 이야기하시더라. (웃음) 노부요는 원래 시나리오에 40대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었는데, 내가 하면서 연령대가 조금 낮아졌다.



-대형 세탁업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는 여성 노부요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다. 이 가족의 분위기가 노부요를 통해 형성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해석하고 다가갔나.



=촬영 들어가기 전 노부요에 대해서는 품행이 나쁜 여자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아이에게 좀도둑질을 시키고, 집과 옷도 더럽고, 뭐든 요리용 젓가락으로 먹고. (웃음) 언제나 요리용 젓가락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에, 내내 지저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변화가 생기더라. 촬영을 진행해나가는 과정에서 가족과의 관계나 여러 가지 것들이 자라나게 되고, 감독님도 그곳에 바싹 다가가는 듯한 형태로 작품을 만들어나가셨다. 문득 돌아보니 이런 가족이 되어 있었고 나 자신의 감정도 처음과는 달라져 있었다.



-한쪽으로는 고레에다 영화에 자주 참여해 그 현장의 문법에 익숙한 배우인 릴리 프랭키, 기키 기린이 있었고, 또 한쪽으로는 조 가이리, 사사키 미유 같은 어린 배우들이 있었다. 성인배우들과 달리 고레에다 감독은 대본 없이 아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주고 연기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취한다고 들었다. 이들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경험은 어떤 것이었나.



=고레에다 감독님의 현장은 카메라 앞에서도, 세트 밖에서도 그곳에 흐르는 공기가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현장을 생각해보면 보통 본촬영이 시작되는 슬레이트 소리가 나면 독특한 긴장감이 생긴다. 공기의 입자가 꽉 조여져 작아지는 듯한, 진공 팩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되는데 고레에다팀에는 그게 없다. 호흡하기가 편하다고나 할까, 배우가 릴렉스한 상태로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는 공기를 만들어준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출산을 했는데, 이 영화가 출산 후 처음 출연한 작품이 되어 정말 좋았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넘쳐나는 팀이었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는 나로서는 최고의 만남이었다.



-<아무도 모른다>(2004)에서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에 이르기까지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배우들과 촬영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최대한 그것이 영화가 아닌 일상처럼 느껴지는 워밍업을 한다고 들었다. 특히 고레에다 감독이 그렇게 함께한 시간에서 경험한 배우들의 말투나 행동을 대본에 반영하기도 한다고. <어느 가족>의 현장은 어땠나.



=현장은 배우들이 가족으로서 자연스럽게 호흡해나가는 속에서 생겨나게 된 느낌을 살리는 방식이었다. 매번 고레에다 감독님이 각본에 그런 내용을 추가하기도 하고 빼기도 했기 때문에, ‘이런 가족이니까’라거나 ‘이런 여성입니다’라는 식으로 처음부터 정하고 임한 적은 없다. 촬영현장에서 호흡하고 있었더니 어느덧 영화가 완성되어 있더라. (웃음) 말하자면 한 신 한 신 찍어나가면서 관계성을 키워나가는 현장이었다. 촬영 중에 ‘이런 신을 추가하자’라고 하여 대사도 신도 변화해나갔기 때문에, 다 함께 형태를 만들어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현장에 들어갈 때 느긋한 기분으로 있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까지 만난 현장 중에서 가장 ‘별 생각 없이’ 내 가족을 만나러 가는 마음으로 촬영하러 가는 기분이었다. 대본과 나의 몸이 있다면 그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취조실 장면의 클로즈업컷이 주는 감정적 파고가 지금까지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중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대했던 아이들이, 반대로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떠올리며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장면인데, 정면으로 배우의 표정을 응시하며 감정의 온도를 끌어올린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케이트 블란쳇은 “이제부터 우리가 찍는 영화에 우는 장면이 있다면, 안도 사쿠라를 따라한 것일 것이다”는 말로 극찬하기도 했다.



=노부요에게는 스스로를 어머니라고는 말할 수 없는 갈등이 있었다. 취조를 하는 상대에게 절대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눈물을 안 흘리려고 애를 썼는데, 그게 안 되더라. 그 장면을 촬영할 때는 하나하나의 질문에 시간은 들이지 않았고, 그리 길게 찍었다는 인상은 없다. 정해진 대사도 있었고, 순조롭게 찍어 나갔다. 다만 감독님이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에 대해 나한테 비밀로 하고 촬영을 했다. 취조담당 형사를 연기한 이케와키 지즈루에게만 슬쩍 화이트보드에 쓴 것을 보여주고 질문을 시켰기 때문에 예상 밖의 여러 질문들이 있었는데 질문의 양이 꽤 많았다.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끝날 무렵에, 감독님에게 “저는 <어느 가족>의 멤버들과 있을 때 나를 ‘엄마’라고 칭하지 않아요. 기회가 있어도 그렇게 지칭하지 않게 되었어요”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감독님이 이케와키에게 ‘그럼 당신은 아이들에게 뭐라고 불려왔습니까?’라는 질문을 시킨 것 같더라. ‘우와, 짓궂기도 하지’라고 생각했다. (웃음)



-강렬한 연기로 일본영화계의 새로움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백엔의 사랑>(2014)으로 각종 연기상 수상과 호평을 얻으며 이제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당신의 선택은 늘 새로운 영화들에 촉이 닿아 있고, 그것이 최근 일본영화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 같다.



=출연작은 매번 나 자신과 마주보고 작품에 참가할지 어쩔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매번 영화 촬영이 끝난 뒤 ‘지금의 나는 상상하지 못했다’라고 느낀다. 얼마 전부터, 상상도 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영화라는 경험을 통해 느낄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무척 감사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나 자신이 화들짝 놀랄 정도의, 상상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작품과 관계를 맺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