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작품성은 이미 보증! 국내 극장가를 수놓는 칸의 영화들
2018-08-02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매년 5월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열리는 칸영화제는 베니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권위 있는 영화제다. 전 세계 영화인들의 꿈같은 곳이며, 수상뿐 아니라 초청만으로도 작품성이 입증되는 셈이다. 칸영화제는 황금종려상, 심사위원대상 등 본상을 수상하는 경쟁부문, 독창적이고 색다른 작품들로 구성된 주목할 만한 시선, 수상 없이 영화만을 상영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있다.

최근 국내 극장가는 이러한 칸에서 수상, 초청된 작품들의 개봉을 준비 중이다. 이미 7월26일 올해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이 개봉했다. 다가올 여름 기대작으로 꼽히는 <공작>도 올해 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선공개된 작품이다. 이외에도 8월 안에 개봉하는 세 편의 영화들이 칸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이다. 칸의 안목이 관객들의 만족감과도 일치하길 기대해보며 칸이 선택한 다섯 작품을 예습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어느 가족>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 7월26일 개봉

<어느 가족>

<어느 가족>은 늙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은 온전한 혈육이 아니라 각자 사정이 있어 모여사는 불완전한 가족이다. 거기에 구성원 중 한 명인 오사무(릴리 프랭키)가 추위에 떨고 있는 소녀까지 데려오며 총 여섯 명의 인물들이 함께 살게 된다. 그들은 근근이 함께 살아가지만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어느 가족>은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5수 끝에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어느 가족>은 얼핏 보면 그의 전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같은 따듯하고 훈훈한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마냥 밝은 분위기가 아닌, 그의 초기작 <아무도 모른다>처럼 철학적 의문과 무거운 분위기가 더해져 더욱 짙은 여운을 남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박평식 평론가가 별점 4점을 주며 "고레에다 가족영화의 정점"이라는 호평을 하기도 했다.

<더 스퀘어>

제70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 8월2일 개봉

<더 스퀘어>

스톡홀름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티안(클라에스 방)은 '더 스퀘어'라는 이름의 새로운 전시회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소매치기를 당하고, 유튜브에 미술관 계정으로 아이가 폭발하는 영상이 올라가는 등 말도 안되는 일들이 그에게 반복된다. 크리스티안은 지갑을 돌려달라는 협박 편지를 돌리는 등 갖은 방법들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해 보려 하지만 일은 점점 더 꼬여간다.

2017년 칸의 최고 영예를 얻은 <더 스퀘어>는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보기 드문 코미디 영화다. 그러나 <더 스퀘어>는 단순히 웃긴 영화가 아니라 그 속에 강한 풍자를 담은 블랙 코미디다. 전작인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플레이> 등으로 블랙 코미디의 대가라 불린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이번에도 인간의 위선, 모순 등을 영화 속에 신랄하게 담아냈다. <더 스퀘어>는 여러 메시지를 매우 은유적으로 내포하고 있지만 여타의 예술 영화와 달리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을 끊임없이 등장시켜 지루함을 방지했다.

<주피터스 문>

제7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 8월2일 개봉

<주피터스 문>

스턴(메랍 니니트쩨)은 뒷돈을 받으며 수용소에서 난민들을 빼내주는 부패한 의사다. 그는 어느 날 시리아 난민 소년, 아리안(솜버 예거)이 중력을 거슬러 공중에 떠오르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는 아리안을 자신의 돈벌이에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구출한다. 하지만 수용소장, 경찰들이 그들을 쫓고 둘은 도망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리안은 자신을 돈벌이에 이용하려 했다는 스턴의 속내를 알게 된다.

<주피터스 문>은 '하늘을 나는 초능력'이라는 슈퍼히어로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소재를 사용했다. 줄거리 역시 일반적인 블록버스터 무비와 유사해 보이며 카 체이싱 등의 액션 장면도 보였다. 그러나 <주피터스 문>은 그 속에 현재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난민, 종교, 테러 등을 섞어냈다. <주피터스 문>은 가장 현실적인 주제와 판타지를 오묘하게 결합했다. 몽환적이고 분위기의 영상미도 돋보인다.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은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부분 대상을 수상한 전작 <화이트 갓>에서 인간의 폭력성과 이에 대항하는 개들을 반란을 그리기도 했다. 그는 CG가 아닌 실제 250여 마리의 유기견들을 등장시켰으며, 이후 그 강아지들을 모두 입양시켰다. <주피터스 문>은 이후 두 번째로 칸의 선택을 받은 작품이다.

<공작>

제71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 / 8월8일 개봉

<공작>

안기부 스파이 박석영(황정민)은 '흑금성'이란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사업가로 위장해 북으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그는 고위 간부 리명운(이성민)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하고, 그를 통해 북한 권력층의 신뢰를 얻는 데까지 나아간다. 하지만 남한의 대선을 앞두고 남북 간의 은밀한 거래가 오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갈등에 휩싸인다.

칸영화제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는 <공작>에 대해 "<007> 시리즈나 <본> 시리즈 같은 화려한 테크닉은 없지만, 지적인 팬들을 위한 충분히 매력적인 스파이물"이라 평했다. 근래 등장한 첩보물은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를 선사하는 영화들이 많았지만, <공작>은 인물들 간의 치열한 대사 혈전을 보여준다. 윤종빈 감독의 전작인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비스티 보이즈> 등에서 보여줬던 인물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나오는 긴장감이 주를 이룬다. 윤종빈 감독은 장편 데뷔작인 <용서받지 못한 자>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바 있다.

<산책하는 침략자>

제70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 / 8월16일 개봉

<산책하는 침략자>

어느 날, 출장을 갔던 남편 신지(마츠다 류헤이)가 아내 나루미(나가사와 마사미) 앞에 나타난다. 그런데 그는 기계처럼 감정이 없어진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매일 어딘가로 산책을 나가는 등 이상한 행보를 보인다. 한편 마을에서는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취재하던 기자는 유일한 생존자인 소녀를 만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지구를 침략하러 온 외계인이라 주장하는 소년을 만나고, 그와 동행하게 된다.

<산책하는 침략자>는 '외계인이 인간의 개념을 빼앗는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산책하는 침략자>는 얼핏 보면 미스터리 SF로 보일 수 있는 영화지만, 그 속에는 신지에게 사랑이란 개념을 알려주려는 나루미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녀의 모습은 이 영화가 SF가 아닌 드라마 장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산책하는 침략자>는 독특한 작품만을 선정하는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 작품인 만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특이한 설정, 소재로 풀어냈다. <큐어>, <강령>, <회로> 등의 작품으로 J 호러를 이끌었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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