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 (Good girls go to heaven, bad girls go everywhere.) 1930년대 할리우드 배우이자 작가였던 메이 웨스트는 정말로 멋진 말을 남겼다. 넷플릭스 <굿 걸스>의 베스(크리스티나 헨드릭스), 루비(레타), 애니(메이 휘트먼) 역시 천국의 문에서는 일찌감치 멀어진 것 같다. 무장강도인 척 위장하고 마트 금고를 털었기 때문이다. 나름의 사정은 있다. 남편의 투자 실패, 딸의 신장이식, 전남편과의 양육권 분쟁 등으로 급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가볍게 한탕한 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던 이들의 범죄 행각은, 늘 그렇듯 꼬이고 꼬인 끝에 창대해진다.
<굿 걸스>는 세 여성의 모성애나 가족을 위한 헌신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경찰에 검거될지 모르는 순간에도 침착하게 아이들을 챙기고, 온갖 무례와 희롱에 시달리며 저임금 노동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어른’이 진 책임의 무게를 보여준다. 남편은 이제 없거나, 돈이 없거나, 믿을 수 없다. 이들에겐 자기연민에 빠질 여유도 없다. 그러나 누구도 중요한 존재로 여기지 않았던 세 여성은 새로운 재능과 욕망을 발견하며 변화해간다.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다 마주친 다른 여성을 경계하거나 적대시하다가도 같은 여성으로서 손을 내미는 순간 또한 인상적이다. 앞으로 베스 일당이 어디로 갈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천국보다 재미있는 곳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