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오랫동안, 그것도 꽤 성공적으로 해온 사람에게 ‘노하우’를 묻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좌절하게 되어 있다. ‘국영수를 중심으로 예습·복습 철저히’ 같은 말이 태반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 이상의 비법은 도통 말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비법은 없다. 재능있는 사람이 오랫동안 집중해서 잘하는 일을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자연스러운’ 무엇이 되어간다. 익숙지 않은 이에게는 노하우일 것도 익숙한 이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의 대담집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를 읽다가 그래서 많이 웃었다. “무라카미씨 안에는 많은 캐비닛이 있다고요”라는 질문에(여기서 캐비닛이란, 소설을 쓸 때 필요하면 열어 그 안의 내용물을 꺼낼 수 있는 기억공간을 상징적으로 말한다) 이런 답이 이어진다. “소설을 쓰면서 필요한 때 필요한 기억의 서랍이 알아서 탁 열려줘야 합니다. 그게 안 되면 서랍이 아무리 많아도…. 소설을 쓰다 말고 일일이 열어보며 어디에 뭐가 있는지 찾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훈련이나 노력으로 어떻게 될 수 있는지를 묻자 “쓰는 중에 덤덤 요령을 터득해가는 거죠”라고 말한다. <1Q84>의 아오마메라는 이름은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와 술을 마시다 메뉴판에서 본 ‘완두콩 두부’를 떠올려 지은 이름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소설에서 유명한 ‘정교한 비유’도 비슷한 식으로 설명한다. “예전에 한 평론가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마 노트에다 온갖 비유를 써서 모아뒀을 거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아요. (웃음) 그런 노트 없습니다.” 비유는 필요할 때 저절로 튀어나오며, 저절로 나오지 않을 땐 쓰지 않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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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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